‘악취’ ‘모기떼 진원지’ 오명을 쓴 유수지(폭우 시 빗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하천 범람을 예방하는 곳)가 운동장 등을 갖춘 생활체육시설로 탈바꿈했다. 지하에 새 ‘오수·빗물 그릇’을 만들고 지상엔 달리기 경주로와 농구장 등을 깔았다. 탈취와 오물 세척시설을 보강해 악취도 잡았다.
서울시는 영등포구 양평1유수지에 4만6000t 규모의 거대 저류조(오수그릇)를 추가했다고 18일 밝혔다. 저류조는 폭우 시 도로를 훑고 난 더러운 빗물과 생활하수가 넘치지 않도록 오수를 담아두는 시설이다. 기존 유수지는 용량이 적어 마지못해 빗물을 하천에 자주 흘려보내야 했다. 367억원을 들인 새 저류소에는 악취를 제거하는 탈취시설과 이물질 자동 세척시설이 함께 설치됐다.
지하 저류소를 덮고 있는 운동장은 생활체육공원과 야외학습장 역할을 겸할 예정이다. 다목적 열린광장과 배드민턴장, 족구장, 농구장이 들어선다. 운동장 주변은 생태 학습·관찰장으로 활용된다. 운동장은 행정 절차를 거쳐 연내 개방될 예정이다.
새 저류소의 진가는 한강 수질 정화에서 나타난다. 기존 유수지는 홍수 예방 기능은 있었지만 수질개선 능력은 없었다. 폭우가 주춤하면 모아둔 오수를 하천에 방류하는 역할에 그쳤다. 오수를 정화하려면 오수를 모아뒀다가 물재생센터에 보내야 하는데 유수지 용량이 적어 그럴 여유가 없었다.
용량이 대폭 늘어난 새 저류소는 정화를 위해 오수를 모을 여력이 충분하다. 비가 그칠 때 까지 오수를 저류소에 가둬놨다 물재생센터로 보내 처리한다. 서울시는 새 저류소가 시 목표 수질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평1유수지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 저류소는 대폭 늘어난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23만6000t 규모의 9개 저류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시 전체 수질오염물질 배출량의 약 68%가 오염 빗물·하수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양평1빗물펌프장에 새 저류조 설치를 검토해 다음해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이후 2016년 12월 공사에 착공해 3년만인 지난 11월 15일 준공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