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등법원 “시위대 마스크 금지 복면금지법 위헌”

입력 2019-11-19 04:04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 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시위 사태가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고등법원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홍콩 고등법원은 18일 야당 의원 25명이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홍콩 당국이 긴급법을 활용한 시위 대응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이 판결은 시위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오는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초 캐리 람 행정장관 주재로 열린 특별행정회의에서 긴급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나 가면 착용을 금지하고,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관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 홍콩달러(약 370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체포된 사람은 이날 현재 총 367명에 달한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의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와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있어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이전까지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 뿐이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