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내 한 아파트에 사는 김수자(87) 할머니는 현관을 나서다 넘어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허리와 엉덩이를 심하게 다쳤다는 걸 직감한 할머니는 “OO야~ 살려줘”라고 외쳤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이 외침은 119에 긴급구조 요청으로 전해졌고, 곧바로 구조대가 도착해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혼자 사는 노인 등의 긴급구조와 고독감 해소를 위해 AI 돌봄서비스가 경남에 도입된다. 경남도는 18일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SK텔레콤과 창원시 등 6개 시·군, 도내 복지 관련 단체 등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 출범식’을 개최했다.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는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구에 AI스피커를 보급해 통합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경남도, 시·군, SK텔레콤, 행복한에코폰 등 4자가 협력해 추진하는 민관 융합 사업이다.
도는 올해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지역인 김해시를 포함한 경남형 커뮤니티케어 사업 지역인 창원시(동읍), 의령군(부림면), 고성군(회화면) 등에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1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AI스피커 보급사업을 시범 추진하고 내년 이후 전 시·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돌봄서비스가 구축되면 서비스 시행 지역 내에 홀로 사는 어르신은 AI스피커를 통해 음악 감상은 물론 대화를 할 수 있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간단한 말로 집안의 조명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또 응급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주간에는 돌봄센터 사회복지사에게, 야간에는 119등으로 연결돼 24시간 긴급 구조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어르신들의 두뇌 활동 촉진을 위한 인지강화 게임, 시·군 및 복지센터의 공지사항을 안내받는 새 소식 듣기 기능이 AI스피커에 탑재돼 어르신들과 행정기관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홀로 어르신 돌봄 체계는 한 명의 생활관리사가 25명의 어르신을 담당하고 있다.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가 도입되면 1명이 100여 명의 취약계층을 돌볼 수 있게 된다.
김경수 지사는 “민간기업의 기부형식으로만 이루어지는 복지 사업엔 한계가 있다. 오늘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 출범식’은 민관이 서로 협력해 축적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각자가 필요한 방법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경남은 민관이 함께 스마트한 기술로 수요자에게 맞춤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