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企 주52시간제 땜질 처방… 국회 무책임의 극치

입력 2019-11-19 04:03
내년 1월 시행되는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 주52시간제에 관한 국회의 보완 입법이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발표한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의 골자는 계도기간 부여와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다.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충분히 주고 주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기업의 경영상 이유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계도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7월 시행에 들어간 대기업 계도기간(최대 9개월)보다는 좀 더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밝혀 최소 9개월 이상 될 가능성이 높다.

계도기간 부여는 사실상 제도 시행을 연기하는 셈이어서 대기업에 비해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던 중소기업에 숨통이 트이는 조치다.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때만 인가하던 특별연장근로의 경우 일시적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이유를 허용 요건으로 넣겠다는 것도 업계에 긍정적이다. 현재 여야 간 논란으로 입법화되지 않은 탄력근로제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탄력근로제는 업무가 많은 날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업무가 적은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평균 노동시간을 주52시간에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고 평가하며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울러 당초 요청한 1년 이상 시행 유예가 안 된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국회의 실효성 있는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주52시간제를 개악하는 자의적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대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본다.

지금의 조치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정책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여야 이견으로 무한정 지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의결한 대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연장하자며 맞서고 있다. 여야는 입씨름을 할 때가 아니다. 국회의 무책임 때문에 중소기업만 멍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