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 요구에도 기득권 지키려는 여야 지도부

입력 2019-11-19 04:01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당 쇄신을 거부하려는 조짐이다. 여야 내부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서 그나마 합리적이고 역량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정작 쇄신 대상으로 지목받는 인사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눌러앉아 있으려 한다. 쓸 만한 인물들은 나가고 기득권 세력들은 남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은 단순히 총선 물갈이 수준을 넘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내부의 혁신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정파성과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 지도부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앞장서 조국 수호에 나섰다.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하고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할 사람은 일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때까지 계속 당을 끌고 갈 요량이다. 당내 586 중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현안과 정치와 사회적 갈등에 대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지도 못하고 국정 운영을 제대로 보좌하지도 못한 청와대 참모들이 개인적 야심을 채우기 위해 대거 총선에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은 이런 모습에 대한 경종이나 다름없다.

한국당 지도부도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하지 않고서는 정파 간 극단적 대립과 권력 집착, 탐욕이 되풀이 될 것이라며 당에서 주요 역할을 한 사람은 새로운 정당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총선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면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쇄신이 필요한데 총선이 끝난 뒤에, 그것도 패배하면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도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쇄신을 거부한 한국당 때문에 잘한 것도 없는 여당 지지율이 반사이익으로 오르기도 했다. 민주당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 586 중진을 비롯해 한국당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 여야의 책임 있는 인사들부터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단순한 물갈이 수준을 넘어 판을 갈아 엎는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