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김현수 빛바랜 홈런포… 제2 도쿄대첩은 없었다

입력 2019-11-17 23:10
양의지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뒤 타석에 서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제 2의 도쿄대첩은 없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3대 5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0-3으로 뒤지다 9회 대거 4점을 뽑아내는 ‘도쿄대첩’을 일구고 결승에 올라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엔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대회 2연패에 도전한 한국은 선발투수 양현종의 제구 불안과 타선의 빈공에 시달리며 무릎을 꿇었다.

시작은 좋았다. 한국은 1회초 선두타자 이정후가 볼넷을 얻은 뒤 김하성이 일본 선발 야마구치 슌의 시속 137㎞짜리 포크볼을 통타해 좌월 투런홈런을 뽑아냈다. 이어 2사 후 타석에 선 김현수는 볼카운트 1-1에서 5구째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일본은 곧바로 추격했다. 양현종은 1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4번 타자 스즈키 세야에 좌측 담장을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양현종은 2회말 2사 후에도 아이자와 쓰바사에 볼넷, 기쿠치 료스케에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야마다 데쓰토와 8구 승부를 벌이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단숨에 점수가 뒤집어졌다. 양현종은 3이닝 동안 75구나 던지는 제구력 난조로 자멸했다.

선발투수 양현종이 2회말 일본 야마다 데쓰토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3~5회 3이닝 연속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했지만 어설픈 주루사가 이어지며 추격에 실패했다. 3회초 선두타자 김하성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김재환의 중견수 뜬공 때 2루로 뛰다 태그아웃 당했고, 5회초 김상수도 내야안타로 1루를 밟은 뒤 김하성의 헛스윙 삼진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했다.

일본은 7회말 사카모토 하야토가 조상우를 상대로 좌익수 뒤 2루타를 뽑아낸 뒤 스즈키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고, 아사무라 히데토의 우익수 왼쪽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1점을 더 달아났다. 3-5 2점차로 벌어진 경기는 결국 좁혀지지 못했다. 한국은 일본의 불펜투수에 꽁꽁 막히며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한국은 특히 3번 김재환, 4번 박병호 등 대표 거포들이 무안타로 침묵한 게 패배의 요인이 됐다. 반면 일본은 선발투수인 야마구치가 1회에만 3점을 내주자 곧바로 교체했으며 이후 벌떼 마운드를 동원해 한국의 반격을 틀어막았다. 다카하시 레이와 다구치 가즈토만 2이닝을 맡겼고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한 이닝만 던지며 한국 타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일본에 이틀 연속 패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