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란이 언니가 그랬다. ‘나는 17일만 기다리고 있다’고. 눈에 불을 켜고 준비하고 있다.”
흥국생명 주포 이재영은 지난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홈경기를 승리한 뒤 GS칼텍스에 설욕할 의지를 불태웠다. 앞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한 흥국생명은 이를 갈고 있었다. 이재영이 주장 김해란의 말을 옮겼을 뿐 흥국생명 선수단의 결의는 오직 하나, ‘승리’였다.
GS칼텍스는 여유를 부렸다. 이재영의 발언을 웃어넘기는 작전으로 되받았다. 곧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GS칼텍스 에이스 강소휘의 발언도 전해졌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격돌한 도드람 2019-2020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라운드는 장외에서 시작된 신경전을 코트에서 분출시킨 ‘혈투’였다. 풀세트 접전이 벌어졌고, 이번에도 GS칼텍스가 웃었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대 2(25-21 18-25 23-25 25-20 15-12)로 진땀승을 거뒀다. 1라운드에 이어 2연승으로 흥국생명을 상대로 올 시즌 우위를 이어갔다. 시즌 중간 전적 6승 1패(승점 18)로, 현대건설(승점 17)을 밀어내고 1위로 복귀했다.
이재영은 개인 최다인 40점을 뽑아내는 등 원맨쇼를 펼쳤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흥국생명으로서는 맹장 수술로 결장한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의 공백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GS칼텍스는 메레타 러츠가 33점을 뽑아냈으며 강소휘가 21점으로 뒤를 받치며 흥국생명의 항전 의지를 꺾었다.
나홀로 분투하던 이재영은 4세트부터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러츠와 강소휘의 원투펀치가 진가를 발휘했다. 5세트에서 쫓아오던 흥국생명의 기세를 꺾고 14-11로 달아난 주역이 러츠였고 14-12에서 이재영의 스파이크를 가로막은 건 강소휘였다.
흥국생명은 4승 4패(승점 15)로 승점 1점을 추가한 3위에 머물렀다.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다음 경기는 다음 달 8일 GS칼텍스의 홈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