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간의 극단적 대립구조에 좌절해 불출마 선택한 한국당 김세연…
정치판 뜯어 엎는 고강도 물갈이 이뤄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3선 중진의원이 됐고 제1야당 싱크탱크 대표를 맡고 있다. 정치권 물갈이를 논할 때 가장 무관한 그룹에 속할 정치인이 스스로 물갈이되기를 택했다. 불출마의 변에는 곱씹어볼 대목이 적지 않았다. “권력에 집착하는 탐욕의 민낯이 보기 싫어 눈을 돌리려 해도 정치판은 주인공만 바뀐 채 똑같은 구조의 단막극이 무한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18, 19대 국회에서 청와대 지시를 받고 의총 발언대로 떼 지어 몰려나오는 행렬을 용기 있게 막아서지 못했습니다.” “물러나라고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합니다.”
귀에 달려와 박힌 문장은 이것이었다. “저는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돼 버린 정파 간의 극단적 대립구조 속에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혐오증에 시달려 왔음을 고백합니다.” 양 극단으로 나뉘어 끝없이 대립하는 진영 정치, 내 몫을 챙기려 패거리로 갈라서는 계파 정치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에 실망하고 좌절하다 결국 경멸하게 됐다는 고백은 그것을 바라보며 번번이 실망하고 좌절해 온 국민의 심정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외치던 시절의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을 꽤 괜찮은 중도보수정당으로 기억했다. 집권 후 그 약속들이 지워지면서, 중도의 가치가 진영 논리에 짓밟히면서 결국 공감 부재, 소통 부재인 민폐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이니 한국당을 겨냥했지만 불출마의 변에 적힌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말이었다. 극단에 치우쳐 대립을 조장하는 진영 정치를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서 앞장서 활용했다. 여권을 지지하던 많은 이들이 실망과 좌절을 겪었고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 마침 민주당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과는 결이 조금 달랐지만, 예상을 뒤엎고 제도권 정치를 떠나기로 했다는 점에서 변화의 촉매가 될 여지가 있다. 20대 국회는 완벽한 실패작이다. 자기편만 보며 갈등과 대립을 반복한 탓에 정치를 정치라 부르기 힘든 수준까지 추락시켰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물갈이는 새로운 얼굴을 보자는 게 아니다. 극단적 대립구조를 탈피한 새로운 정치를 볼 수 있게 정치판을 뜯어 엎으라는 말이다. 이를 해내는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어느 당도 못할 경우 4년 더 참아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사설]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는 3선 의원… 국민은 오죽하겠나
입력 2019-11-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