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평화다. 밥이 답이다. 밥부터 나누세.”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의 선창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지나던 일행이 구호를 외쳤다. 다일공동체는 16일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제5회 밥피스메이커(Bab Peacemaker)’ 행사를 열었다. ‘함께 걷는 평화 순례’로 명명된 캠페인엔 400여명의 청소년들이 동참해 몽촌토성 주변 3㎞를 걸었다. 정치 이념 체제 등을 떠나 민족 고유의 정서가 담긴 밥부터 나누는 것이 남북통일과 평화를 여는 지름길임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밥피스메이커’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2015년 8월 출범했다. 남북 병사가 잠시 총을 내려놓고 밥부터 나눠 먹어야 평화가 가능하다는 정신을 담았다. 5년째인 올해 행사에서도 남북한 병사와 어머니, 정치인을 위한 6인의 식탁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주인공들은 참석할 수 없었다.
최 목사는 “경색된 남북 관계가 밥상에 마주 앉는 것에서 시작해 긴장 해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면서 “평화의 문이 있는 이곳 올림픽공원에서 밥으로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정신이 널리 퍼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순례에는 정영택 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 오성춘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전 총회장은 걷기를 함께한 다음세대 아이들에게 “통일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루는 게 아니다”라며 “독일에서도 정치가들이 아닌 동서독 주민들 스스로 교회를 통해 서로 만나고 기도하면서 일시에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오 전 교수는 “밥을 먹을 때 눈물과 땀이 담긴 수고를 발견하고 감사해야 축복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일공동체와 밥퍼나눔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쌀독 모양의 강대상에 기부받은 쌀을 붓는 ‘생명의 쌀 이어가기’ 활동도 했다. 최 목사는 “한 줌씩 모인 쌀을 통해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밥 굶는 사람이 없는 기적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