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싸움으로 집안은 늘 살얼음판 같았다. 그런 분위기에 예민하게 자란 나는 친구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냉정해졌다. 누구에게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마디로 ‘싫어!’ 했고 식당에서 잘 먹고도 별것 아닌 것에 꼬투리를 잡는 등 매사에 부정적이었다.
대입 면접시험 때 교회를 다니지 않는데도 객지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며 어머니는 한마음교회 기숙사에 들여보냈다. 교회에 다닐 수 있을까, 또 여럿이 함께 어울려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 빈방이 있는데도 기숙사에서는 6명이 한 방에 다 같이 모여 잤다. 왼쪽에는 언니, 오른쪽에는 친구, 머리 위에 후배가 잤고 코를 골고 이를 가는 소리도 들렸다. 이런 불편한 삶을 살면서 교회에서 기쁘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뭐야?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은 잡히지 않는 뜬구름과 같았다.
교회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이 선포됐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스라엘에서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다니던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예수님이 실존 인물이었고 많은 사람이 추종했던 훌륭하신 분이었다는 것과 유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때 알았지만 나에게 부활은 여전히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아무런 믿음도 확증도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부활만 믿어지면 다 믿을 것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부활은 계속 막히기만 해 다시 원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마태복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부활이 성경책에 진짜 기록돼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도 역시 예수님의 부활을 결론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어서 고린도전서 15장을 읽었다. 부활을 직접 목격한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 사도 바울, 그리고 500명의 사람이 하나하나 보이며 마치 내가 그 시간으로 돌아가 직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 같았다.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너무 놀라워 성경 아닌 다른 역사서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배신했던 제자들이, 예수님이 하나님이라고 전파하다가 잔인하게 순교한 사실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다.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구나!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구나!’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데 그 예수님을 내가 믿지 않고 있었음이 비치며 회개가 터져 나왔다. 꼼짝 못 할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셨는데 그 예수님을 믿지 않은 악랄한 자가 바로 나였다. ‘하나님, 회개합니다. 내가 주인 되어 진짜 주인이신 예수님을 믿지 않았어요. 용서해주세요. 예수님은 저의 주인입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온전히 부활하신 주님께 내어드렸다.
나의 진짜 주인을 맞으니 마음에 평강이 임하고 몸에 배어있던 불평과 불만도 사라졌다. 나를 향해 ‘너는 절대 기독교인이 될 수 없을 거야’ 하던 친구에게 생애 처음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다. 그리고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말씀을 잡고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작은 언니가 먼저 부활을 확증하고 회개한 후 동역자가 됐고 이어서 큰 언니, 어머니도 주님께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예수님을 만나 가족 중 처음으로 천국에 입성했다.
취업 면접 때 면접관이 나의 밝은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고 결국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팀장에게 ‘은아씨는 정말 긍정적이네’라는 말을 처음 듣기도 했다. 지금도 넘어지고 일어서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지만 주님이 동행하고 있어 삶은 항상 기쁨에 넘친다. 이 땅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일보다 더 큰 일은 없다. 부활의 증거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알게 하심을 감사드리며, 이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려 드린다.
김은아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