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14일 전북 익산의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이 인근 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1년 마을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금강농산이란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마을 주민 99명 가운데 22명이 각종 암에 걸렸고 14명이 숨졌다. 참혹한 환경 참사다. 환경부에 따르면 금강농산은 담배를 만들고 남은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KT&G로부터 사들여 고온에 건조시켜 유기질 비료를 생산했는데 건조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이 다량 공기 중으로 배출됐다. 연초박은 발효시켜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도 이 회사는 이를 어기고 퇴비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유기질 비료를 만들었다. 더욱이 오염원을 걸러내는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건조 작업을 했다. 이윤에 눈이 멀어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한 행태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행정기관들도 참사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공장이 들어선 후 악취와 물고기 집단 폐사 등 이상징후가 발생하고 암 환자가 속출하자 주민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행정기관들은 묵살하거나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다고 한다. 1차 관리·감독 기관인 익산시는 금강농산의 오염물질 처리 위반 행위를 10여차례나 적발했지만 가동중단이나 폐업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별 일 아니라는 듯 넘어갔고 오히려 이 회사에 환경우수상을 주기도 했다. 전북도와 전북보건환경연구원도 이 공장에 대해 조사하고도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금강농산이 마을 인근에 들어선 뒤 암 집단 발병 등 전에 없던 이상 상황이 발생했다면 연관성을 의심해 보는 게 상식일텐데 행정기관들은 무사태평이었다. 주민들이 무더기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손을 놓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관리·감독만 제대로 이뤄어졌어도 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행정기관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환경부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 구제 절차를 진행하고 익산시는 마을 내 오염원 제거, 관련 질환 모니터링, 피해자 상담치료 등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관리·감독 부실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강농산이 2017년 파산했고 회사 대표가 암으로 사망해 주민들이 배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는 피해 구제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집단 암 발병 등으로 환경오염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사설] 장점마을 참사 행정기관도 공범이다
입력 2019-11-1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