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남성 또 사망·중상자 속출… 홍콩 도시 전체가 전쟁터

입력 2019-11-15 04:04
홍콩 침례대학 학생들이 주축인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간) 캠퍼스 근처에서 진압 경찰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쌓은 뒤 모여 있다. 경찰이 대학 구내로 진입해 검거작전을 시도하면서 홍콩대와 중문대, 침례대 등 홍콩 내 주요 대학 캠퍼스는 연일 전쟁터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자 중국 본토와 대만 출신 학생들은 물론 한국 등 타국에서 온 유학생들도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시위대와 경찰 및 친중파 주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망자 1명이 발견됐고, 15세 소년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70대 노인 1명도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준 전시 상태가 이어지자 홍콩의 초·중·고교에는 주말까지 휴교령이 내려졌고 각국의 유학생들은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대중교통 운행 방해에 나서면서 14일에도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대학가에서는 학생들과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시위대는 일부 지하철역 사무실과 화장실, 철로를 파손했고 역에 정차된 전동차 내부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센트럴에는 점심시간에 직장인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곳곳에서 시위대와 친중파 시민들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성수이 지역에서는 전날 낮 12시쯤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머리를 맞은 70대 노인이 중태에 빠졌다. 이 노인은 주민들과 함께 벽돌을 치우기 위해 나섰다가 시위대와 언쟁 끝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밤 틴수이와이 지역 시위 현장에서는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소년은 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콰이청 지역에서는 시위대 복장으로 추정되는 검은 옷을 입은 30세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빌딩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의심이 가는 점은 없다고 밝혔지만 아직 사망 과정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오후 10시 주요 각료들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한 소식통은 이 회의에서 오는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 연기 방안과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시위 사태가 격화됨에 따라 홍콩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15일부터 17일까지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대학 내 충돌이 격해지자 홍콩대와 홍콩과기대, 중문대 등 주요 대학도 수업을 전면 중단했다. 중문대는 조기 종강을 선언했으며, 과기대와 침례대는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

홍콩에 있는 1600여명의 한국 유학생들도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은 전날 차량을 동원해 중문대 기숙사에서 40여명의 한인 유학생이 탈출하도록 도왔다. 당시 중문대는 지하철·버스 등 주변 대중교통이 모두 끊기고, 경찰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문대에서 빠져나온 유학생 가운데 30여명은 곧바로 공항으로 가 귀국길에 올랐다. 50여명의 중문대 유학생은 앞서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이나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의 탈홍콩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해양경찰 선박까지 동원해 전날 중문대에 있던 80여명의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을 대피시켰다. 과기대도 본토 학생들이 침사추이에서 중국 선전행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대학 교정과 침사추이 간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대만 정부도 중화항공 항공기를 동원해 전날 밤 126명의 대만 유학생을 홍콩에서 탈출시켰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의 학생들도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홍콩 내 8개 주요 대학에는 1만8000여명의 각국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