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아르헨 법정에 로힝야족 집단학살 피소

입력 2019-11-15 04:05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사진) 국가자문역이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14일(현지시간)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이날 ‘보편적 재판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에 따라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관련해 수치 자문역과 미얀마 고위 지도자들을 상대로 아르헨티나 법원에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수치 자문역은 그동안 여러 차례 비난받아 왔지만 직접적으로 소송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툰 킨 BROUK 회장은 “수십년간 미얀마 당국은 우리를 거주지역 내에 가두거나 미얀마를 떠나게 하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완전히 파괴하려고 해왔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보편적 재판관할권’이란 어느 나라에서도 재판관할권이 인정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인도주의에 반한 죄를 저지른 범죄인은 대부분 권력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처벌이 어렵고, 국제 사법기구가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제3국이 범죄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는 현실적으로 이런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아르헨티나는 보편적 재판관할권에 적극적인 국가다. 현재 아르헨티나 법원에는 보편적 재판관할권에 따라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관련 형사 소송과 중국 정부의 박해를 받는 파룬궁 관련 소송이 제기돼 있다.

이번 소송에서 BROUK를 대리한 토머스 오제아 퀸타나 변호사는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AFP통신에 “이번 소송은 집단학살의 가해자와 공범, 그리고 은폐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달리 다른 곳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아르헨티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학살 가해자들에게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 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수천명이 사망했고,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건너가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혹은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