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키는 일.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대한민국 종교계가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목소리로 외쳤다.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 모인 6대 종단(기독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대표와 관계자들의 손에는 ‘종교계 자살예방 지침서’가 들려 있었다. 지난해 5월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종교계 전체에 자살예방 매뉴얼을 보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14일 열린 ‘종교계 자살예방 지침서 출간기념회’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소속 6대 종단과 보건복지부 관계자, 민관협의회 대표 등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 온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종단별 각 1권으로 출간된 지침서는 자살예방에 대한 기본 이해, 자살 위기자와 유가족을 돕는 방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목록, 종단별 자살예방 활동 등으로 구성됐다. 생명존중에 대한 각 종단의 교리적 특성이 반영됐으며 기독교편에서는 ‘생명존중 의식 함양 설교 예시문’이 수록돼 목회자들이 설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일상에서 자살의 경고신호를 확인하는 법, 자살 위험 정도에 따른 대처, 자살 위기자의 주변인으로서 피해야 할 행동 등 실질적인 대응방법을 쉽게 풀어냈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유명인의 자살과 그에 따른 모방 자살, 자살유가족의 재사회화와 회복 등에 대한 조언도 포함됐다. 자살 사고 이후 위기관리, 장례절차, 애도 과정 지원 등 종교시설 책임자로서의 역할도 체계적으로 수록했다.
하상훈 민관협의회 운영지원단장은 “정부의 노력과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생명존중을 기본 사상으로 하는 종교계가 협력할 때 비로소 자살예방 활동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목회자를 비롯해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종교 지도자들이 자살위험에 처한 분들을 발견하고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진다면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민관협의회 운영지원단은 종단별로 지침서를 보급하고 향후 지침서 내용을 강의안, 영상 콘텐츠 등 교육 자료로 제작해 자살예방 활동을 확산할 계획이다. 지침서가 필요한 기관이나 교회는 운영지원단에 요청해 배송 받을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