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사업 백신 납품 담합 정황’ 제약업계 압수수색

입력 2019-11-15 04:0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약업체들이 정부에 백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4일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전날 오후부터 제약·유통업체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백신 입찰·납품 관련 자료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제약업체 한국백신, 광동제약, 보령제약, GC녹십자 등과 유통업체 우인메디텍, 팜월드 등이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의약품 조달사업과 관련해 입찰담합 등 불법 카르텔을 결성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을 입찰방해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약업체들이 조달청을 통해 보건소 등 국가 의료기관에 백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짬짜미했다는 의혹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달청에서 입찰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일부 업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장을 접수해 장기간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 5월 BCG 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던 한국백신 등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생후 4주 이내 접종이 권장되는 BCG 백신은 접종 방법에 따라 주사형(피내용)과 도장형(경피용)이 있다. 이 가운데 주사형은 국가 지원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가격은 도장형이 더 비싸다.

공정위는 한국백신 등이 가격이 더 비싼 도장형 BCG 백신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주사형 백신의 공급을 중단한 사실을 밝혀내고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주사형 백신의 공급이 끊겨 고가의 도장형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준 결과 약 140억원의 국고 손실이 야기됐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월 말 취임하면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내세운 이래 처음 진행되는 담합 혐의 수사다. 윤 총장은 취임 직후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구상엽 부장검사를 공정거래조사부장에서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배치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