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규 분양물량 중 정비사업 비중이 최근 들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전국 분양물량 중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벌써 30%에 육박해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 경신이 예상된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양물량 중 정비사업 공급 비중은 전국 기준 28%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전체 분양물량의 76%가 정비사업에 해당돼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경우 급격한 공급감소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부산(68%), 광주(56%), 대전(50%) 등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정비사업 공급 비중도 매우 컸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 정비사업 비중이 크게 상승한 이유는 서울과 주요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구도심 재정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비사업의 최대 장점인 ‘우수한 입지’가 ‘똑똑한 한 채’ 트렌드와 맞물려 수요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는 일반적으로 도심 중심부에 위치해 이미 완비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아파트 갈아타기 수요가 장기간 누적된 곳들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 역시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향후 수요 대비 실제 공급량이 택지지구와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는 점은 여러 관점에서 아킬레스건이다. 신도시 같은 택지지구의 경우 전체 세대수가 100% 일반공급이지만 정비사업은 전체 세대의 10~30% 정도가 일반공급에 해당된다. 이에 더해 각종 대출 및 자격요건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로또 분양’ 부작용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정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상한제 적용 첫 대상지역 서울 27개동을 지정했다. 이에 실제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이 혼재하면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은 물론 분양시장도 재차 들썩이고 있다.
올해 10월 서울 강서구에서 분양한 ‘마곡 센트레빌’은 1순위 평균 102.59대 1로 세 자리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인천 등의 신규분양 경쟁률도 치열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한제 시행에 있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 단지에 6개월 유예기간을 뒀지만, 기한 내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비사업을 포함한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다 현재 시행 중인 규제만으로도 매물이 부족해 집값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처럼 한정된 권역에서 대부분 주택 공급을 정비사업에 의존할 경우 소비자가 선호하는 양질의 신규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되기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서의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을 통한 공급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