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2% 성장을 예측했다. 3분기보다 4분기에 성장률이 올라 간신히 ‘턱걸이’를 한다는 관측이다. 대신 내년에는 성장률이 2.3%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반등의 동력원은 ‘반도체’ ‘토목’이다. 2.3%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여전히 잠재성장률(2.5~2.6%)을 밑돌지만 올해보다 ‘민간 위축’이 다소 풀린다고 분석했다. 올해와 내년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3~1.4% 포인트로 비슷하지만 민간 기여도는 0.6~0.7% 포인트에서 0.9~1.0% 포인트로 오른다.
KDI는 1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2.0%, 내년을 2.3%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4%였다. 4분기에 최소 0.97%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연간 2.0% 성장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지만 KDI는 ‘달성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설비투자와 토목을 중심으로 한 건설투자, 정부지출 등이 힘을 보태 3분기보다 4분기 성장률이 올라간다고 진단했다. 가까스로 연 2.0%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KDI는 내년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봤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반등, 반도체 경기 회복, 기저효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영향으로 민간 위축이 다소 풀린다고 내다봤다. KDI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2.0%, 2.3%)에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3~1.4% 포인트로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그런데도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지는 배경에는 민간이 있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올해 0.6~0.7% 포인트에서 내년 0.9~1.0% 포인트로 상승한다.
민간 경기 개선은 세계경제 반등(3.0%→3.4%)에 따른 ‘반도체 회복’이 견인한다. KDI는 내년에 반도체 물량과 가격이 모두 나아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7.0%(전년 대비)까지 추락한 설비투자 증가율은 내년에 8.0%로 뛰어오른다. 총수출 증가율(물량 기준)은 올해 1.0%에서 내년 3.2%로 폭이 커진다.
건설투자 부진도 개선된다. KDI는 정부 투자가 많은 토목을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풀린다고 본다.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4.1% 줄지만 내년은 3.1%로 감소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다 올해 경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떠받친다.
그러나 여전히 잠재성장률보다 낮다. KDI는 현재 한국경제가 경기 저점 근방에 있다고 진단했다. 2017년 9월 정점을 찍고 하강한 경기가 바닥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외 불확실성 개선 여부에 따라 ‘미약한 반등’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의 조합을 재차 강조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우 건전성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 재정 준칙 확립, 증세 공론화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지 않으면 경기 부진이 제한된 범위에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정부 역할이 중요하고, 나아가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등 민간 활력 제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