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가정을 연결한 신앙교육이 다음세대 양육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회학교에만 신앙교육을 위임해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이 교회와 가정을 연결한 건 ‘168:1 법칙’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일주일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68시간이 된다. 일주일에 고작 한 시간 동안 교회학교에서 신앙교육을 한다고 다음세대 양육이 되지 않는다는 걸 꼬집는 표현이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는 지난 2월 제1회 유바디 콘퍼런스를 열고 ‘유바디 교육목회 모델’을 제안했다. ‘유바디’는 신앙의 어머니였던 유니게와 멘토였던 바울이 디모데를 신앙으로 양육한 데서 착안한 조어다. 어머니(가정)와 멘토(교회)가 다음세대를 함께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상진 소장은 13일 “장년 중심의 교구로는 교회가 역동성을 갖기에 한계가 있고 다음세대 양육은 더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다음세대가 위기인데 일주일에 단 한 시간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정에서 부모가 신앙교사로 양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교구를 첫째 자녀의 나이에 맞춰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교육목회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유바디 교육목회 모델을 도입하면 ‘영·유아, 유치부 여름성경학교’가 아니라 ‘1교구 여름 행사’로 바뀌게 된다. 기존 성경학교에는 교사와 학생들만 참석했다면 교구 여름 행사에는 교사와 학생, 부모까지 전 교인이 참석하게 된다.
지역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자녀 나이에 따른 교구 편성을 한 예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교회(강윤호 목사)는 2017년 자녀 나이를 기준으로 교구를 재편했다. 기독교교육 전문 연구기관보다 앞선 결정이었다.
강윤호 목사는 “교회에 부임한 뒤 전 교인 가정 심방을 했는데 대부분 가정이 자녀들의 신앙문제로 고민하는 걸 알게 됐다”면서 “기존 체제로는 자녀의 신앙교육이 어렵다고 판단해 교회와 가정을 한데 엮는 새로운 교구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교구를 재편한 뒤 교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지역 중심의 교구를 자녀 나이에 따른 교구로 재편했다. 교구의 이름은 ‘정원’이다. 2~4세 교구는 씨앗정원이며 초등학생 교구는 새싹정원이다. 이 밖에 작은나무를 시작으로 성장·푸른·열매 나무 정원을 꾸렸다. 모든 교구에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편성돼 있다. 노년 교인들을 위해서는 향기나무 정원을 만들었다.
교구 모임을 하면 전 교인 모임이 된다. 교구 재편 후 교회는 부모교육, 가정예배학교, 부모초청 예배, 성경학교 부모교육, 가족이 함께 떠나는 선교지 답사, 신년 부모 간담회, 가족 기도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 행사가 모두 가족 행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신형섭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자녀 신앙 양육의 책임은 결국 부모에게 있다는 자각이 교회현장과 기독교교육 연구소들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면서 “교회와 가정이 자녀의 신앙 양육을 위해 협력하면 교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