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설교] 부자의 지옥과 나사로의 천국

입력 2019-11-14 00:05

‘부자와 나사로 비유’로 불리는 이 이야기에는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먼저 부자는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었습니다.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은 일하지 않는 자의 상징이요,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옷입니다.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은 부자가 한 것은 날마다 호화롭게 즐기는 잔치였습니다. 혼자 벌이는 잔치는 없었겠지요.

그러나 부자의 대문 밖에는 한 사람 거지 나사로가 있었습니다. 부자의 문 안에서는 축제와 행복이 있었으나 집 밖에는 절망과 죽음이 있었습니다. 나사로와 함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집 밖으로 버려진 인생으로 헌데투성이의 몸을 개들이 핥았습니다. 이 비유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두 사람은 모두 죽었습니다.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고, 부자도 죽어 장사를 지냈습니다. 부자는 장사를 지냈지만 나사로는 그런 표현이 없습니다. 이렇게 삶을 마감한 두 사람의 내세를 주님이 어떻게 말씀하실까요. 이 비유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부자는 지옥의 불 속에서 고통을 당합니다.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깁니다. 부자가 아브라함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나사로를 시켜 물을 좀 가져오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여전히 우월함을 가진 부자는 가난한 거지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우월함이 지나친 자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소외시키고 지배하기 쉽습니다.

부자의 우월함에 대해 아브라함은 “살아있는 동안 너는 이미 좋은 것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고통을 당하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좋은 것을 받았다’는 뜻은 마음껏 즐기고 행복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해버렸다는 뜻입니다. 좋은 것의 주인이 되어 자기 마음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부자는 자기만 알고 자기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자기만을 위해 온갖 좋은 것을 쓰는 사람입니다. 나눔과 섬김이 없는 세상은 지옥입니다. 지옥의 삶을 사는 사람들 때문에 냉정한 세상이 되고 더 큰 지옥을 만듭니다. 무엇인가에 붙잡혀 있는 삶을 지옥과 같은 측면에서 보았습니다. 부자는 자기만을 위해서 살고 타인에게는 무관심했습니다. 무관심이 범람하는 시대가 바로 지옥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부자는 이름이 없으나 거지는 나사로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예수의 비유 가운데 이름을 밝힌 사람은 나사로가 유일합니다. 구차하게 살았던 거지였는데 그의 이름이 거명된 것이죠. 나사로는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뜻입니다. 나사로는 병들고 가난하고 외롭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그 주변에 생명이 있는 것은 헌데를 핥아주는 개 한 마리였습니다.

나사로에게는 아무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지 나사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소유한 사람이란 것입니다. 왜 아브라함의 품을 천국이라 했을까요.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은혜에 자기를 맡기고 순종하며 살았던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의 나사로는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에 자기를 맡겼던 사람이므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습니다. 가난하든지 부하든지 하나님의 뜻에, 하나님의 은혜에 자기를 맡기고 순종하는 사람이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다는 것입니다.

신앙은 듣고 배워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신념이나 감정의 결단도 아닙니다. 부자처럼 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면 신앙인이 아닙니다. 참 신앙은 내가 나사로가 되어 어떤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도우심과 하나님의 은혜에 자기를 맡기는 것입니다.

유영설 목사(여주중앙감리교회)

◇경기도 여주중앙교회는 1902년 11월 24일 스크랜턴 선교사 대부인의 전도로 창립되었습니다. ‘이 시대와 지역을 섬기는 교회’라는 선교비전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룩하는 데 쓰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은혜받고 복음의 증인 되는 교회’라는 표어로 2000여명 성도가 선교의 사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제자훈련, 품앗이 공동육아 등 다음세대 교육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치매·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낮동안 보살피는 노인주간보호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11월 교회창립 기념일에 맞춰 지역 어르신들의 개안수술을 돕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