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내년 4·15 총선 출마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대통령 프리미엄’을 앞세워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는 것인데, 그 수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출마 예상자가 급증하면서 여당 내 현역 의원들과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다.
청와대 인사 중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서울 구로을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강기정 정무수석과 고민정 대변인도 각각 광주 북구갑, 경기도 성남분당 등에 출마 후보로 오르내린다. 김광진 정무비서관의 전남 순천 출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직 참모의 출마는 청와대와 여당의 복잡한 조율 과정 등 남아 있는 변수가 많다는 평가다.
이미 청와대를 떠나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전직 참모도 많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박수현 전 대변인,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문재인정부 1기 참모들이 총선을 바라보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또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조한기 전 제1부속비서관 등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전북 군산 출마설이 나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행정관급 출신 인사들까지 더하면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가 40~50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에선 이들의 등장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현역 의원이나 지역을 오래 갈고 닦은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불만이 거세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난 추석 때 전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추석 인사 현수막으로 내걸고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사람이란 말까지 돌면서 지역에서 웅성웅성했다”며 “우리 당에 비문, 반문이 어디 있다고 이런 식으로 나와서 당을 분열시키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고 대통령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해야지 자기 경력을 우선 챙기면 되겠느냐”며 “혹 나오더라도 청와대 출신들은 험지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에선 자칫 경쟁이 과열되며 공천 잡음이나 당내 갈등이 표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친문재인계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사석에서 ‘청와대 근무 사실을 앞세워 총선에서 이득 볼 생각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 당직자는 “청와대 출신 중에도 국회에 와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우리가 보기에 다소 부족한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본인이 나서겠다는 걸 말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시스템 공천’에 따라 경선을 치르면 그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청와대 인사들은 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만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청와대 인사라 해도 뒤늦게 뛰어들거나 지역 연고가 없으면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천을 받더라도 본선에서 이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서울에서 출마 준비 중인 청와대 출신 인사는 “대통령과 일했다는 게 당원들에게는 어필할지 모르지만 막상 지역 주민들은 청와대 출신이라는 사실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나래 임성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