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실탄 발사로 시위대 1명이 중태에 빠지면서 홍콩 시위가 더 격렬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12일에도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의 지하철 운행 방해로 출근길 교통대란도 빚어졌다. 이달에만 체포된 시위자가 500명을 넘어서는 등 경찰의 강경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콩 시위대는 경찰의 실탄 발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철로 위에 돌과 철근 등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 또는 지연됐고 몽콕과 사이완호 등 여러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사틴 역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철로 위에 돌 등을 던지면서 지하철 운행이 멈춰 수백명의 승객이 역까지 걸어야 했다. 한 노인은 응급 구조요원이 제공한 산소마스크를 쓰고 역까지 걸어오기도 했다.
시위대는 센트럴과 홍콩대학 부근 등 시내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중문대학에서는 경찰이 교내까지 진입해 최루탄을 쐈고, 학생들은 이를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질러 전쟁터처럼 변했다. 중문대학은 13일까지 사흘 연속 수업을 취소키로 했다.
홍콩 경찰은 전날부터 쇼핑몰과 대학 등까지 무차별적으로 들어가 검거작전을 벌였다. 사이완호 지역에서는 경찰이 성당 내부로 진입해 5명의 시위자를 체포했다. 천주교 홍콩교구는 성명을 내고 “성스러운 성당 내에 경찰이 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시위대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이달 들어 체포된 시위자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홍콩 경찰은 지난주 시위 과정에서 체포자가 266명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11살 어린이도 있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가장 어린 체포자다. 최고령 체포자는 74세였다.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쏜 전날에는 하루에만 287명이 체포됐다. 나이는 12세에서 82세까지였고 3분의 2가량인 190명이 학생이었다.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체포된 시위자는 3600명에 육박한다.
경찰이 쏜 총에 복부를 맞은 차우모(21)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위중’에서 ‘심각’으로 낮아지며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차우씨를 불법집회 혐의로, 사건 현장에서 함께 붙잡힌 우모(19)씨는 강도 및 공격용 무지 소지로 각각 체포했다.
차우씨에게 총을 쏜 경찰관은 인터넷 상에서 신상이 공개돼 자녀들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공개된 신상정보는 그가 지난해 자녀 학교의 학부모회 회장 선거에 나갈 때 공개된 직업과 학력, 두 딸의 이름 등이다. 이 학교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해당 경찰관이 학부모회장으로 적절한지 묻는 항의서한을 학교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위대가 스쿨버스에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을 훼손하고 있다”며 “도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장 경찰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경찰을 지원해야 한다”고 군 투입론을 다시 제기했다. 신문은 전날 홍콩 경찰의 실탄 발사에 대해 시위대가 경찰의 총을 빼앗으려 하는 상황이었다며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