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그룹으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업계 2위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됐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2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아시아나가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재무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모빌리티그룹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그룹으로서 향후 비전을 묻는 질문에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아직 정확히 확립되진 않았지만 기존 HDC그룹에서 항만 사업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육상·해상·항공을 아우르는 부분을 좀 더 연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시아나 인수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인수 배경에는 이 같은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애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의 선친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이자 현대자동차의 초석을 다진 ‘포니정’ 고 정세영 명예회장이다. 정 회장 역시 현대차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9년 정주영 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자 선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세영 회장은 자신이 일군 현대차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고, 정 회장 역시 2005년 선친 타계 이후 ‘포니정재단’을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자신들의 출발점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내 왔다. 업계에서 두 부자가 못다 이룬 자동차 등 모빌리티에 대한 꿈을 이번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이어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춰온 우량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시에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8월 한솔오크밸리리조트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을 인수하고, 부동산114 등 빅데이터 업체까지 품에 안는 등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해 왔다. 이번 아시아나 인수로 항공사를 품에 안은 HDC현산은 면제점과 호텔, 레저 등을 엮어 관광업 쪽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인수”라고 설명하면서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하시는데 오히려 그럴 때가 좋은 기업을 인수하기에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과의 연결 및 지향점에 대해선 “면세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물류나 구매에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생길 거라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을 계약 후 좀 더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 말했고, 추가적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해선 “능력이 되면 계속 하고, 안되면 안할 문제이지만 지금은 아시아나에 집중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 후 아시아나항공의 사명을 변경할지 여부를 두고는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기 때문에 현재로선 바꿀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이며 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보다는 다른 더 좋은 방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불거질 가능성이 큰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