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우정당인 브렉시트당이 다음 달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당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이른바 ‘브렉시트 연합’이 결성된 셈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양당이 한 지역구에 각각 후보를 내 표가 분산되면 브렉시트 반대파들이 의회를 장악해 EU 탈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은 11일(현지시간) 브렉시트당이 오는 12월 12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이날 선거유세를 위해 잉글랜드 더럼주의 하틀풀을 방문한 자리에서 2017년 총선 당시 보수당이 승리한 317개 지역구에는 브렉시트당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당 후보들로 인해 ‘헝 의회’(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상황)가 되면 자유민주당 등 EU 탈퇴를 반대하는 정당의 영향력이 세질 것이고, 이는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2차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자유민주당 등은 제2국민투표 개최를 요구해 왔는데 이를 노동당이 수용하면서 총선 결과에 따라 제2국민투표가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패라지 대표는 이어 보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 맞설 것이라며 특히 제1야당인 노동당 지역구 뺏기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패라지 대표는 또 전날 보리스 존슨 총리와 특별한 통화를 했다며 “존슨 총리는 아주 분명한 변화 방향을 제시했고 이는 우리가 원하는 브렉시트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당초 패라지 대표는 존슨 총리가 EU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판하며, 이를 폐기하고 브렉시트를 위한 탈퇴 연합(Leave Alliance)을 제안했다가 존슨 총리가 이를 거부하자 600여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내 보수당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보수당이 (총선에서) 9석만 더 확보한다면 우리는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내년 1월 말까지 협상을 통해 (EU를)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반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들이 ‘트럼프 동맹’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코빈 대표는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주일 전 패라지 대표에게 존슨 총리와의 협상을 주문했다”며 미국의 내정간섭 의혹을 제기했다. 조 스윈슨 자민당 대표도 “보수당은 이제 브렉시트당이 됐다”고 비꼬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