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가 변곡점에 들어섰다. 11일에는 경찰이 위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시위자 2명에게 근접 거리에서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이 중 1명은 위중한 상태다. 시위 도중 추락사한 ‘홍콩 시위 첫 희생자’를 기리는 현장에서 근접 사격이 자행돼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 폭력의 악순환이 더욱 격렬해지게 됐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유 무역항이자 금융 허브로 ‘동양의 진주’로 불렸던 홍콩의 미래도 먹구름에 휩싸였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캐나다 등으로 이주하거나 자본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홍콩은 지금 ‘준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경찰들이 맨몸의 시위자를 향해서도 스스럼없이 총을 꺼내 드는 것은 베이징의 강경 노선과 관련 깊다.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 전회)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했고, ‘전면적 통제권’ 행사를 천명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신화통신 등 중국 기관을 공격하는 시위대를 ‘공공의 적’이라고 지칭하며 강경 진압에 힘을 실었다.
미국 국무부의 성명대로 시위대와 홍콩 정부 모두 자제가 필요하다. 시위대도 경찰의 폭력 진압 탓만 할 게 아니라 평화적인 의사 표출로 세계 여론을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열쇠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쥐고 있다. 홍콩인들의 좌절과 저항은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홍콩 반환 결정 당시 덩샤오핑은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는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며 일국양제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시 주석 집권 이후 급속하게 와해되고 있다. 홍콩의 정치·언론·사법 등 민주적 시스템이 하나둘씩 허물어지고 있다. 시 주석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도 뒤집었다. 정치·사회적 자유를 만끽해 온 700여만명의 홍콩인들을 중국 특유의 전체주의 시스템으로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망상에 가깝다. 무엇보다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총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홍콩 정부와 베이징 당국이 통제 불능의 사태로까지 폭발할 수 있는 금지선을 넘지 않길 바란다.
[사설] 변곡점 맞은 홍콩 사태… 경찰 총격 절대 정당화 안 돼
입력 2019-11-1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