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던 면세업계 ‘빅3’(롯데·신라·신세계)가 국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군제(光棍節) 시즌에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보인 열기와는 대조적이다. 송객 수수료 경쟁 등 업계를 옥죄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면세업황 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업계 빅3인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관세청이 진행하는 신규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년 같으면 일찌감치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을 기업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그 증거다. 특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미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제 면세업계에서도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라 국내 면세사업에 관한 관심은 더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면세업계 입장에서 국내사업은 매력이 적다. 면세점들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여행사 등에 송객 수수료를 지불한다. 여러 업체가 경쟁하다 보니 송객 수수료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다 보니 매출이 올라도 영업이익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면세사업권 확대에 힘쓰기 전에 입국장 인도장 도입 등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군제 시즌은 면세업체들에도 대목이다. 광군제를 맞아 소비심리가 커지는만큼 따이궁의 구매량도 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유커가 이 기간 특별히 늘어나는 것은 아닌데 중국 내 수요가 늘다 보니 보따리상 구매량이 늘어난다”며 “이들을 프로모션해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면세업계는 품질면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광군제 기간 유통되는 상품들이 품질면에서 떨어진다는 인식도 있다. 저품질 제품에 대한 제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한국 면세품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이궁과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롯데면세점은 화장품, 시계·보석, 전자, 패션잡화 4개 카테고리에서 상위 5개 브랜드 제품 구입 시 사용 가능한 적립금을 증정했고, 신라면세점은 서울점에서 오는 17일까지 패션·뷰티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첫 구매 고객 중 가장 구매금액이 높은 10명을 선정해 갤럭시노트 10, 씨트립 이용권 등 경품을 증정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