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림말길 토브(TOVE) 매장. 히브리어로 ‘좋은, 선한, 아름다운 일, 완벽한’이란 뜻을 가진 토브는 가방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 7일 찾은 9평(29.8㎡) 매장에는 분홍색 은색 노란색 등 다양한 크기의 가죽 가방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토브는 배우 정주은(44)씨가 ‘고아를 돌보라’는 거룩한 소명에 따라 2013년 창업했다. 이곳 매장에서 토브 대표인 정씨를 만났다.
“지난 6년을 되돌아보면 가방을 만들어 택배 포장을 한 기억밖에 없어요. 분주한 삶이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온 과정이었죠. 돈 벌려고 했으면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디자인을 배운 경험도 없고 사업도 전혀 모르는 제가 토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죠. 고아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토브 창업은 정 대표가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하나님께 자녀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것처럼 2010년 결혼한 그는 임신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드라마 ‘내 딸 꽃님이’(2012) 이후 휴식기에 들어간 것도 아기를 갖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기도 응답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이 계속됐고 휴식기 중 오히려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 임신이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염색체에 이상이 있어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아이가 생겨도 건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지요. 매일 울었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워낙 좋아했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더라고요.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고 싶었어요. 이 상황에 집착해 매몰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거든요. 취미 삼아 가방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지요.”
인터넷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가방을 직접 디자인했다. 가죽 지퍼 안감 등 가방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직접 골라서 구매한 뒤 공장에 가져다줬더니 수제 가방이 나왔다. 샘플로 만든 가방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2007년 교회의 DTS 예수제자훈련학교 훈련을 받았는데 하나님께서 고아에 대한 마음을 주셨어요. ‘나중에 사업을 하게되면 수익의 50%를 고아를 돕는 일에 사용해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일이 생각지도 않게 시작된 거죠. 아이들을 위해 섬기며 살아야 하는 제 사명을 깨닫게 됐어요.”
정 대표는 경영·마케팅·인건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 더 많은 아이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토브는 불경기 속에서도 단골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꾸준히 팔린다. 정 대표가 수익의 50%를 전 세계 고아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객들은 가방을 사면서 기부도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사이 간절했던 기도의 응답도 받았다. 2015년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정 대표는 육아를 통해 전 세계 고아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들 희온이에게 아무리 많은 사랑을 줘도 계속 엄마를 찾아요. 고아들은 부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생각하게 됩니다. 한 아이의 손이라도 더 잡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하나님께서 그런 마음을 계속 부어주세요. 그래서 아들에게 좋은 옷을 사주고 싶다가도 꾹 참고 물려 입게 하거나 저렴한 옷을 입히게 되더라고요. 저를 위해 쓰는 돈도 아끼게 됐어요.”
가방 사업이 잘되는 것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대박 났다”며 부러워하고 고아들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영적 도전을 받는다. 불경기에 수익을 내 고아들을 후원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워킹맘으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 모습을 비유하자면 햇볕이 따가운 바닷가에서 타이어 10개를 들고간다고 할까요. 계속 가방 생각을 하니 뇌가 쉬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6년간 쉬는 여행은 단 한 번도 없었죠. 퇴근 후와 주말엔 아이와 힘껏 놀아주고요. 사업은 마냥 재미있을 수 없어요. 연기는 힘들어도 재밌는데 그 부분은 약간 다르더라고요(웃음).”
그러다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는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다시 마음을 잡게 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2017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가 기부한 1억5000만원으로 에스와티니(스와질란드)에 에이즈 고아와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아동돌봄센터’를 한 곳 설립했다. 현재 공사 중인 두 곳의 센터는 내년 5월 완공된다.
“하나님은 고아를 참 많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 계속 이뤄지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려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