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황교안 ‘만찬 고성’ 여진… 돌발 상황에 정치권 설왕설래

입력 2019-11-12 04:06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연합뉴스

여야 5당 대표들이 청와대 만찬 회동 중 고성을 내며 다툰 것을 두고 11일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전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머지 4당 대표들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격론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언론보도에서 고성이 오갔다고 하는데 (만찬) 2시간50분 중 1분 정도에 불과했고, 전체적으로는 진지하게 대화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했던 시간의 의미가 해프닝 하나로 퇴색되는 것을 경계한 발언이다.

자유한국당 김도읍(오른쪽) 의원이 11일 청와대 앞에서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한국당 정책 비전을 담은 ‘민부론·민평론’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요청한 책들이다. 연합뉴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 앞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넉넉해 보이잖아요”라고 말했다. 대표들의 설전을 대통령이 참고 들어주는 모습이 권위적이지 않아 좋게 보였다는 얘기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설전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황 대표가 “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제 개혁 논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협상에 응하지 않은 건 한국당”이라고 반박하며 1대 4 구도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 뜯어말리고 저도 냉정을 찾으시라고 했다”면서도 “지금 선거제는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제도개혁이기 때문에 싸울 걸 가지고는 싸워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전날 만찬 회동에서 황 대표와 가장 세게 맞붙었던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 선배, 인생 선배로서 황 대표에게 한마디했다. 한마디로 꾸짖은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선거제 개편안 관련해서 황 대표가 계속 ‘합의 없이 진행됐다’ ‘일방 진행됐다’고 해서 듣고 있다 한마디한 것”이라며 “황 대표에게 ‘정치 이렇게 하는 거 아니다. 정권 투쟁하지 말고 나라를 생각해 달라’고 했더니, 황 대표가 언성을 높이면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황 대표의 경기고 11년 선배지만 선후배로 만난 사적인 인연은 따로 없다고 부연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이 설전에 대해 질문하자 “그 이야기는 자세히 말씀 안 드리는 게 좋겠다. 저희가 다같이 논의하면서 품고 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손 대표에게 전날 상황에 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나래 심우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