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유족회 “전두환 구속 재판하라”

입력 2019-11-12 04:07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11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씨의 재판 불출석 사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 치는 모습이 포착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8번째 재판이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지난 3월 이후 법정에 출석지 않았던 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2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육군 1항공여단장 송진원 전 준장과 506항공대대장 김모 중령 등 지휘관 2명이 전 전 대통령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당시 광주에 투입된 육군 항공대 지휘관 3명과 부조종사 2명 등 5명을 증인 신청했으나 4명이 출석했다.

송 전 여단장은 “1980년 5월 22일 광주에 실탄을 실은 헬기가 출동했지만 사격은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

재판에 앞서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원 등 20여명은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전두환은 5·18영령 앞에 사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의 국민우롱과 법정 모독은 구속재판으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낭독한 뒤 전씨의 법정구속을 재판부에 촉구했다.

5·18기념재단 등은 성명에서 “국민과 역사를 우롱하는 전씨의 후안무치한 작태는 명백한 법정모독”이라며 “담당 재판부는 즉시 전씨를 강제 구인해 구속시킨 후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996년 12월 전씨의 내란목적 및 내란목적살인의 죄를 인정한 당시 법원이 ‘항장불살’, 즉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 법이라는 논리로 사형에서 무기로 형을 낮춰줬지만 전씨는 항복한 장수가 아니라 자신의 명백한 범죄사실을 인정치 않고 되레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게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死者)명예훼손)를 받고 있다.

재판에 출석지 않아온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치는 동영상이 공개됐지만, 법원이 불출석 허가서를 취소하지 않으면 최종 선고공판에만 출석하면 된다. 정 변호사는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으면 법원이 피고인 불출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법률에 규정돼 있다”며 “알츠하이머로 불출석 허가를 받은 게 아니다. 핵심쟁점은 1980년 당시 헬기사격 여부”라고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