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재직 시절 항상 끼고 다녔던 노란색 노트에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모광’으로 유명한 볼턴 전 보좌관은 회의 때마다 이 노트에 발언 내용을 적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노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스모킹 건’(핵심 증거)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0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은 탄핵 조사 국면에서 최대의 ‘와일드카드’”라며 “대통령 측근들은 볼턴 전 보좌관이 노트에 무엇을 적었을지, 그것을 언제 폭로할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들었던 인물 중 하나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내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 참모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한 적도 많다. 그가 핵심 증거를 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의 변호인 찰스 쿠퍼는 지난 8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의뢰인(볼턴 전 보좌관)은 다양한 행사와 회의, 대화에 개인적으로 관여한 바 있다”며 “여기에는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재직 시절 이 노트를 옆구리에 낀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의 발언을 노트에 적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다른 참모들과 달리 바쁘게 필기를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도 이 노트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노트 내용을 공개할 경우 기밀문서 무단 유출로 대응할 태세다. 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관리가 퇴직할 때 비밀 정보를 담은 문건은 백악관에 제출해 검토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볼턴 전 보좌관의 노트 역시 백악관이 이미 검토했을 것”이라면서 “그게 아니라면 퇴직할 때 의도적으로 감추고 나갔다는 의미인데 이는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9월 퇴직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져 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탄핵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할 용의가 있음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재직 시절을 다룬 회고록을 출판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계약금은 무려 200만 달러(약 23억원)로 추정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