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어 열린 첫 공식 회의였다. 지난 2년 반의 평가와 남은 2년 반의 방향을 말했다. 평가는 너무 너그럽다는 인상을, 방향은 딱히 새로울 게 없다는 느낌을 줬다. 국민의 체감과 대통령의 진단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우리가 그 변화에 환호한 것은 이미 과거형이 된 지 오래다. 북한은 지금 남쪽을 향해 모욕적인 막말을 연일 쏟아내며 대화 제의를 모조리 거부하고 있다. 북·미 협상의 연말 시한까지 임박해 정세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여전히 기적이라 여길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대통령은 또 “신산업 육성과 벤처붐 확산 등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타다 사태를 지켜본 스타트업계와 메아리 없는 규제개혁 호소에 지친 기업인들이 이런 평가를 과연 수긍할 수 있을까.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 모든 영역으로 확산시켜 가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말은 공정을 뒷전에 밀어뒀던 조국 사태의 후유증을 충분히 수습한 뒤에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너그러운 평가와 달리 자성에는 너무 인색했다. “논란도 많았고 현실적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도 많았고 입법이 늦어지는 일도 잦았다. 국민께 드린 불편과 고통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2년 반의 국정을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겠지만 정부의 여러 경제정책이 초래한 역설적 부작용과 조국 사태로 극심해진 국민 분열에 대해서만큼은 아프더라도 성찰의 언급을 담았어야 했다. 이를 논란과 어려움과 갈등이란 말로 뭉뚱그린 결과, 남은 2년 반의 방향 제시도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나열하는, ‘해온 대로 하겠다’는 수준의 선언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일성(一聲)에서 귀에 남는 말은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공감을 넓혀 나가겠다”는 대목이었다. 지난 2년 반을 요약하면 임기 초의 소통 노력이 어느 순간 사라지면서 결국 최악의 진영 전쟁과 국론 분열에 이른 과정이었다. 남은 2년 반을 시작하며 다시 소통을 말했다. 이것만 제대로 실천해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一聲에 自省이 빠졌다
입력 2019-11-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