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노동계, 탄력근로제 연장 수용해야”

입력 2019-11-10 23:5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은 지난 7월 18일 이후 115일 만이다. 문 대통령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자유한국당 황교안·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바른미래당 손학규·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만나 “정부가 시행하려 하는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은 노동계에서도 협조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국회가 탄력근로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야당 대표들은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마련된 이날 회동에서 노동계에 아쉬움을 표하며 국회에 협력을 당부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국회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회동에서는 외교 안보, 민생, 선거제 개혁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다. 특히 선거제 개혁을 두고 대통령 앞에서 여야 대표들끼리 한때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4당 대표들은 선거제 개혁안을 반대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거시적인 안목에서 선거제 개혁에 동참하라며 결단을 주문했다. 이에 황 대표는 “제1야당과 협의나 논의가 없었다”고 반론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과 번갈아 논쟁을 벌였다. 손 대표가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발언한 데 대해 황 대표가 발끈하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지켜보던 문 대통령은 뜯어 말리듯 “국회가 선거제 개혁 문제를 잘 협의해서 처리하면 좋겠다”며 “다만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를 못 받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제 침탈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북·미 비핵화 회담 결렬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북·미 회담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경제를 비롯해 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한국당이 제시한 민부론, 민평론을 잘 참고해서 국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황 대표에게 “한국당의 정책과 관련된 책 2권을 보고 싶으니 보내 달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제안한 뒤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복원을 요구했다. 이에 심 대표는 국회에서 먼저 정치협상회의가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황 대표는 당에 돌아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지금까지 다섯 번 청와대에서 회동했지만 관저 초청은 처음이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문한 여야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려는 취지에 맞춰 관저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정당 측 배석자는 따로 없이 5당 대표만 참석해 비공개로 회동을 진행했다. 저녁 6시에 시작한 회동은 예상을 뛰어넘어 2시간50분 동안 막걸리와 돼지갈비 등을 곁들여 진행됐다. 임기 반환점을 돌며 여야 대표들과 만남을 가진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 국민과의 대화를 열며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

김나래 심희정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