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남은 지소미아… 몰아치는 美, 요지부동 日, 종료 수순 韓

입력 2019-11-11 04:04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부터)가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MNC)에 참석한 모습. 이번 회의를 계기로 남·북·미 또는 남북, 북·미 간 회동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렸으나 의미 있는 회동은 없었다.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22일 자정)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정 유지를 원하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10일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가 전제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종료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지소미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주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을 한국에 파견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한국에 보낸다. 14일 도착하는 에스퍼 장관은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논의가 에스퍼 장관 방한의 주요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지소미아가 우리 대화의 일부가 될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한국 측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을 만난 스틸웰 차관보 역시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이 거세게 압박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관계 경색의 원인이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지소미아 연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돼야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거듭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수출규제 조치는) 협정 종료 결정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로 한국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변화의) 기본 전제가 돼야 할 일본 측 수출규제 조치 철회가 아직은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입장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오는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고심 중이다. 회의에 참석한다면 지소미아 종료 전 한·일 간 마지막 타협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지소미아 유지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말 유럽 방문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공동 안보에 무임승차자는 있을 수 없다”며 방위비 분담 확대를 압박했던 에스퍼 장관은 이번에 한국을 향해서도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에는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예고 없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미국은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역외 부담’ 비용까지 포함한 49억 달러(5조6700억원) 상당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강 장관은 예결위에서 “역외 부담 등을 포함한 미국 측의 설명과 요청이 있다”고 시인했다.

정부는 기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틀 안에서 공평한 수준, 국민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도 지소미아가 끝내 종료된다면 미국의 분담금 증액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박세환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