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논의 시작됐지만… 변혁 “신당 우선” 진통 예고

입력 2019-11-11 04:03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가운데) 대표와 정진석(황 대표 오른쪽) 의원 등이 10일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당은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의 ‘보수 통합’ 공개 제안 이후 범보수 진영과 물밑 논의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우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모두와 연이 있는 원유철 의원을 당내 통합 추진 기구의 단장으로 내정하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기구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신당추진기획단이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변혁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 개혁보수의 길에 보수를 재건하는 노력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상태의 한국당과는 통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수 통합의 조건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극복, 개혁보수 노선 정립, 불파불립(낡은 것을 헐어야 새 것을 얻는다)을 통합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보수 통합 논의에서 변혁이 ‘흡수 통합’이 아닌 ‘주도적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 의원은 “한국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첫 번째 원칙에 응할 수 없다고 본다. 만약 이 조건에 응한다면 우리가 주도하는 합리적 중도, 개혁적 보수 신당으로 통합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지금의 한국당 형태로 통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에 대해선 의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통합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쉬운 일 같았으면 오랜 시간 물밑 작업을 하고 통합 기구를 만들고 했겠나. 갈 길은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 끊임없이 통합을 위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변혁 쪽에서도 신당과 함께 통합 추진 기구도 출범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혁이 일단 창당 논의에는 돌입했지만 결국에는 한국당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어차피 변혁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탄핵에 대해서는 누가 잘났는지 이야기하지 말자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변혁이 개혁보수 신당을 만든다는 게 결국 유승민 의원이 개혁보수 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 우리 당도 새로운 개혁으로 가야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일단 실무 논의에 들어갈 때까지는 섣부르게 각자의 입장을 백가쟁명식으로 꺼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통합 논의에 힘을 보탰다. 원 지사는 한국당에서 최근 영입한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가 주최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거나 견제하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다만 제1야당인 한국당은 386세대보다 더 오래된 기득권이라는 인식에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 국민이 바라는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물을 바꿔줘야 한다. 이게 쇄신이라고 한다면 쇄신을 위한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원유철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과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