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도 연말 시한을 상당히 진지하게 보고 있고 예단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여러 가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정 실장의 발언은 연내 북·미 협상이 불발될 경우에 대비한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과 합동 기자간담회를 하고 “고위급 실무회담이 열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만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실장은 또 “비핵화 연내 시한을 강조하는 북측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북·미 간 실마리를 찾도록 우리 정부도 미국 측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 문제에 있어 우리가 당연히 당사자”라며 “우리가 북·미 협상이 조기에 성과를 이루도록 견인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남북 관계 개선 없이는 한반도 평화나 비핵화 협상이 큰 진전을 보기 어렵다”면서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 때도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한·미가 합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모두발언에서도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민족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확고한 원칙 아래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 실장은 “금강산 시설이 낙후돼 있고, 사업 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건축이 이뤄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어차피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한국 정부에서도 판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강산에 투자한 한국 기업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계기에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금강산 관광의 본격적 재개에 대비해서도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며 “금강산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안보적 가치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안보정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우리는 위기를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소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 충돌 과정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활용하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우리의 신(新)북방정책과 어떻게 연계하느냐는 것도 필요하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우리의 신(新)남방정책과 접점을 찾는 노력은 한·미 간에 실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의 안보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