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 항공기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비행 중이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한쪽 엔진이 꺼져 인근 공항에 긴급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정부가 지난 1일부터 항공사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돌입한 상황에서 다시 사고가 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751편 여객기가 같은 날 오후 10시쯤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으로 회항했다. 승객 310명을 태운 이 항공기는 이륙 후 3시간50분가량 지난 시점에 두 개의 엔진 중 오른쪽 날개에 장착된 엔진이 꺼져 가장 가까운 마닐라 공항에 긴급 착륙한 것이다. 엔진에 연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항공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항공기는 나머지 엔진 하나로도 비행은 가능하지만 매뉴얼에 따라 목적지 대신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기수를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안전을 위해 인접한 마닐라 공항으로 회항하게 됐으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항편 투입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닐라 인근 호텔로 승객들을 분산 수용한 데 이어 10일 오전 8시쯤 동일 기종(에어버스 A350)의 대체편을 띄워 승객들을 싱가포르로 수송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8일에도 최신 기종 A380기가 엔진 결함으로 출발을 미루고 시운전을 하던 중 항공기 엔진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출동해 진화한 바 있다. 해당 사고를 시작으로 복수의 국적항공사에서 지난달에만 4차례의 항공기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항공안전이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5일에는 제주항공 김포행 항공기가 소프트웨어 고장으로 회항했고 같은 날 대한항공 항공기는 연료밸브 고장으로 운항이 지연됐으며, 이튿날(26일)에는 티웨이항공 항공기가 타이어 손상으로 이륙을 중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각종 안전사고 및 기체 결함 의혹이 잇따르자 지난달 30일 국내 9개 항공사 경영진, 운항·정비본부장 등과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일부 항공기에서 동체균열이 발견된 보잉사 B737-NG 기종에 대한 우리 항공사의 점검 진행상황과 조치계획도 함께 논의됐다. 그 결과 이달 1일부터 9개 항공사에 대해 항공안전감독관을 투입해 단계적 긴급 안전점검 실시에 나섰으나 10여일 만에 또다시 회항사태가 발생, 실질적 안전개선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