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랜드마크가 생겼다.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90)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이 새 단장을 마치고 최근 문을 열었다.
그의 시그니처 같은 곡선의 유리 형태가 사각의 건물 위에 모자처럼 장식돼 한눈에 게리의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으로 유명한 게리가 설계한 국내 첫 건축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본 사람이라면 유사성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함선의 돛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면 루이비통 메종 서울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서 모티브를 땄다. 거중기로 돌을 쌓아 축조한 수원 화성과 흰 도포자락을 너울거리며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게리는 “25년 전쯤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감명 깊었던 건 건축물과 자연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었다. 종묘에 들어섰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밝혔다.
내부 인테리어는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 매장의 내·외관을 설계한 미국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맡았다. 마리노는 “에너지가 넘실대는 게리의 건물 외관이 갖는 건축적 특징을 강조할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을 설계했다”며 “인테리어에 사용된 스톤 소재는 건축물의 바로크 양식 유리 창문과 뚜렷하게 대비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은 2000년 오픈해 영업을 해왔고 2017년 9월부터 2년간 설계와 공사에 들어가 ‘게리표’ 건축물로 거듭났다. 야간조명 부문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기존 건축물의 뼈대를 그대로 살린 것도 특징이다.
건물은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5개층으로 되어 있으며, 5층은 재단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쓴다. 이곳에선 개관을 기념해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