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전반 외교·안보 분야 성적은 상대평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가장 잘한 분야로 남북 관계 및 외교정책이 꼽혔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분야에 비해 잘했다는 것이지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와 다르게 남북 관계가 냉랭해진 탓이 크다. 남북문제에 소극적이던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한·미 관계는 줄다리기의 연속이고, 한·일 관계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로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후퇴했다.
남북 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간 2년반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는 예술단 교차 방문공연과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판문점공동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라는 희망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올림픽 이전 단계로 회귀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라는 냉엄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미 관계는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우리에게 가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연기 요구는 건전하고 대등한 동맹국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내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의 다섯 배를 요구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주한미군 철수 으름장에 우리가 순순히 물러서면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에 더 많이 요구할 게 뻔하다. 우리가 봉이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동맹은 서로가 윈윈할 때 유지되는 것이다.
한·일 관계도 서둘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안보 분야에서의 불협화음은 북한과 그 동맹인 중국에 이로울 뿐이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 원칙을 확고하게 유지하되 그 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한반도 정세는 요동칠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평화의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제는 국민의 인내심이 영원하지 않다는 데 있다.
[사설] 남북문제 선방했으나 국민 보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입력 2019-11-1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