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된 전명구 목사가 최근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달 25일과 31일 제32회 감독회장 선거무효·당선무효 소송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한 것입니다.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기감은 감독회장 선거를 진행해 새 지도자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직무대행 체제를 조기 졸업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난 5일 기감과 전 목사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상고는 피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기감의 과도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는데 감독회장 재선거를 치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뒷말도 무성합니다. 전 목사가 지난 7월 말 한 언론과 했던 인터뷰 때문입니다. 당시 그는 “고법 판결 이후 상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전 목사의 감독회장 자격만 문제 삼았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 목사가 맡던 이사장직은 유지되는 셈이죠. 기감 유지재단과 은급재단, 태화복지재단 등의 이사장은 여전히 전 목사입니다. 기감 핵심 부서와 단체 수장을 직무 정지 중인 목회자가 맡은 셈입니다. 법적 문제는 없을지 몰라도 엇박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모두가 대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되는 일이 없습니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기감 입법의회에서도 개혁 법안으로 여겨지던 ‘감독회장 2년 겸임제’와 ‘추첨제(제비뽑기)’ 법안이 부결됐습니다.
2년 겸임제는 감독회장 임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교회 담임목사와 겸직케 하면서 권한도 축소하는 게 골자입니다. 추첨제는 1인당 3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3명을 뽑은 뒤 추첨(제비뽑기)으로 최종 선출하는 제도였죠. 금품선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개혁 입법은 물 건너갔고 소송만 남았습니다. 교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부끄럽다는 것입니다. 4년 전임 감독회장제 도입 이후 10년이 넘도록 소송과 구설에서 벗어나질 못해서입니다. 기감 본부 직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수시로 지도력이 교체되기 때문에 장기 사업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기감 본부에서 만난 한 목회자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아귀다툼 끝에 권력의 끝에 가봐야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끼는 법이다. 아직 끝은 오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든 게 권력 때문 아닐까요. 내려놓아야 미래가 보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