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 통합 승부수를 던진 지 하루 만에 보수세력 안에서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통합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일단 공감대를 이뤘지만 누구와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각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황 대표는 반(反)문재인 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은 모두 통합 대상이라는 입장이고 유승민계와 우리공화당은 서로를 배제해야 한다는 쪽이다. 보수 통합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황 대표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모두 ‘역사의 평가에 맡겨두자’는 생각이라 우리공화당 합류 문제가 보수 통합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황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민주세력의 통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통합은 정의이고 분열은 불의”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세력’에는 우리공화당도 포함된다.
반면 유 의원은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참여하는 보수재건이란 굉장히 애매한 이야기”라며 황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 의원은 이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회의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헌법 가치는 건전한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지지할 만한 가치”라면서 “우리공화당이 이미 헌법적 판단이 내려진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제가 말한 보수재건의 원칙에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에 계신 분들이 분명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황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앞서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극복, 개혁보수 노선 정립, 불파불립(不破不立·낡은 것을 헐어야 새 것을 얻는다)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중 2개에 대해서는 황 대표와 유 의원이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힌 상황이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에서의 잘잘못은 따지지 말자”면서 탄핵 문제를 덮고 가자는 황 대표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고, 황 대표도 “한국당 간판을 내릴 수 있다”면서 유 의원의 불파불립 요구에 호응했다. 개혁보수 노선 수용도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한국당 지도부의 시각이다.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우리공화당과의 통합 문제뿐이다.
한국당은 우리공화당과의 통합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실무 협상 담당자로 홍철호 의원과 이양수 의원을 내정했다. 홍 의원은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이라 유승민계 의원들과 교분이 깊고, 이 의원도 온건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국당은 유 의원 측과 물밑 협상을 지속해 나가면서 가능한 한 빨리 당내 기구를 출범해 보수 통합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공화당과는 통합할 수 없다는 게 유 의원이 내세운 마지노선인데, 한국당이 이를 수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유 의원은 “한국당이 보수재건 원칙에 대해서 쉽게 보거나 속임수를 쓰면 안 된다”며 “한국당 스케줄에만 맞춰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논의와 별개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이 중도보수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한 것도 변수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독자 모임인 변혁은 이날 권은희 의원과 유의동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신당기획단을 출범시켰다. 향후 신당이 얼마만큼 호응을 얻을지에 따라 보수 통합의 구심력이 약해질 수도 강해질 수도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한국당과의 통합에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안철수계인 권 의원은 황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오는 12월 초 안 전 대표가 체류 중인 미국으로 가 안 전 대표의 의중을 물을 예정이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