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은 인도·태평양 안보 위협… 한국 신남방정책, 미국 편에 서라”

입력 2019-11-08 04:02
사진=권현구 기자

방한 중인 미국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중국 견제가 핵심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줄 세우려는 압박이다.

키스 크라크(사진) 국무부 경제차관은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미국의 가치에 적대적이고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 독일 한국의 제조업과 하이테크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시장 개혁을 채택하고 국제기구들의 규정을 준수할 것을 독려했지만 중국은 도무지 따르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색다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중국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개발사업이 많다”며 “우리는 중국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는 투명하지 않은 관행이 많은데, 투명하게 거래하는 미국과 한국의 모범적 사례가 아세안에도 더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중국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무부 인사들은 신남방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여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크라크 차관은 “한·미 경제 파트너십이 양자동맹 관계의 핵심 축”이라며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함께 사용해 도전 과제에 같이 맞서기 위한 노력에 대해 (한국 당국자들과) 논의했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과 만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한·미가 최근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 간 협력 동향 설명서를 언급하며 전략 동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동맹에 기여함과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설정하지 않을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