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이 한국 쇼핑몰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역직구’는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중소 패션·뷰티 브랜드들은 역직구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일본 패션업체는 아예 일본에 판매되는 한국 패션 전문 쇼핑몰을 만들기도 했다.
연 매출 1조7000억원 규모의 일본 패션 대기업 TSI홀딩스는 7일 ‘K패션 쇼핑몰’ 모루지(MORUGI)를 개설했다. 20~40대 일본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스트리트패션, 패스트패션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한국 내 최신 패션 트렌드와 필수여행코스, 맛집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모루지가 K패션 전문 쇼핑몰을 만든 것은 일본 내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인기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TSI홀딩스 관계자는 “모루지는 일본 내 높아지는 한국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TSI홀딩스는 모루지를 개설하기 위해 카페24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카페24는 국내 패션업체들의 일본 역직구 진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업체다.
실제로 여성 의류 쇼핑몰 핫핑은 지난해 일본에서만 매출 56억원을 올렸다. 핫핑을 운영하는 SSLKH의 당시 연 매출이 5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성과였다. 일본 고객들이 핫핑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역직구’ 모델이 먹힌 덕분이다. SSLKH는 일본 사업 성공 등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700억원대로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영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핫핑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성장세가 더뎌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스타그램과 라인 등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일본 내 한류 팬들과 소통을 강화했다. 구매자들에게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증정하거나 한국 초청행사도 벌였다. 핫핑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출규제 이후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역시 일본 매출은 60억원대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내 K패션 대표 업체 오픈더도어도 자체 제작 브랜드인 어시더티가 항공점퍼, 데님 재킷 등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오픈더도어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역직구로 시작한 일본 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에 달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일본 직접 진출까지 확대하고 있다. 도쿄 도심인 하라주쿠 라포레백화점에는 지난 5월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일부 일본 기업은 오픈더도어 일본 브랜드 라인을 만들자고 제안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