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1 프로는 카메라에 ‘올인’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경쟁사보다 5G 진입이 늦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카메라의 향상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선택은 현명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기존 아이폰 사용자라면 업그레이드를 할 만한 차이를 보여줬다. 아이폰11 프로 맥스를 일주일 가량 써봤다.
애플은 아이폰11 프로와 11프로 맥스에 처음으로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했다. 지난해 아이폰XS에는 광각, 망원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는데, 올해는 여기에 초광각이 추가됐다. 아이폰에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된 것 자체가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 업체가 시작한 멀티 카메라 열풍은 이미 보편화됐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10과 노트10에 트리플 카메라를 사용했다.
돌아보면 아이폰은 늘 최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이폰이 혁신의 아이콘이 된 건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이폰11 프로의 카메라도 비슷하다. 스펙상으로만 보면 새로운 건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애플이 잘하는 건 이 트리플 카메라의 사용성을 다른 레벨로 끌어 올렸다는 점이다. 사진을 찍는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편리하고 만족스럽다. 그동안 아이폰을 쭉 써왔던 아이폰 마니아라면 ‘나이트 모드’가 매우 반가울 것이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이전 모델에 비해 눈에 띄게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이트 모드는 어두운 곳이 되면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환경에 따라 몇 초간 촬영할 수 있는지 시간이 나오고 촬영하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초 이상 손으로 들고 있어도 흔들리는 사진이 거의 없는 점이 돋보였다. 1초간 나이트 모드로 촬영한다고 하면 아이폰11 프로는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1초간 사진을 연속적으로 찍고 모든 사진을 합성해 하나의 결과물로 만든다.
트리플 카메라의 색 밸런스가 일정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3개의 카메라는 각각 밝기와 화각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과 장소에 있더라도 다른 촬영 환경에 노출된다. 동시에 촬영하면 다른 느낌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찍히게 된다. 하지만 아이폰11 프로는 ‘초광각-광각-망원’렌즈 등으로 바꿔가면서 촬영을 해도 하나로 찍은 것처럼 색이 일정했다. 특히 동영상을 찍을 때 장점이 빛을 발한다. 줌을 당기거나 밀어내면서 동영상을 찍어도 이질감이 없다. 이 부분은 유튜브 방송을 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특히 반가운 기능이다.
하지만 아이폰11 프로와 11 프로 맥스 카메라에 단점도 있다. 플레어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플레어 현상이란 태양이나 가로등처럼 밝은 피사체가 렌즈에 반사돼 사진에 잔상처럼 나타나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에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아이폰11 프로는 다른 스마트폰보다 정도가 심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나이트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빛이 반사될 뿐만 아니라 간판 같은 글자도 반사돼 사진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촬영 환경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플레어 현상에 대한 불만은 사진을 강점으로 내세운 아이폰 11 프로에 마이너스 요소다.
아이폰11 프로는 전작보다 배터리 운용 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지난해는 LCD 디스플레이를 쓰고 해상도가 낮은 아이폰XR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가장 길었는데, 올해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아이폰XR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만드는 애플의 장점이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 잘 나타나는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