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에 성가대 연습을 가려고 나서는데 마침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가던 어머니와 딱 마주쳐 동이 틀 때까지 맞았다. 그렇게 나는 어려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범생으로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음악에 매료돼 유명한 기타리스트로 전국을 누비는 환상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대충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과 공부는 아예 접고 무대만 생각하며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하며 인맥을 쌓아갔다. 그러나 현실의 높은 벽 앞에 돈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에 밤무대에서 연주를 시작했고 자연히 교회와도 멀어졌다. 그러다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여자에게 “오빠 연주는 너무 멋있어요! 근데 얼굴만 신문지로 가리면 더 감동일 것 같아요”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매일 술만 먹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때 병원을 운영하던 형의 제안으로 뜻하지 않게 노인병원에서 일을 했다. 형은 한마음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매일 새벽 기도를 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정말 싫었지만 일단 대답을 하고 시작한 병원 생활은 생각과 달리 너무 힘들었다. 원무 과장으로 폼 나게 일할 줄 알았는데 형은 매일 입원해 있는 노인들에게 전도지를 주며 성경을 읽어주라고 했다. ‘이런다고 이 분들이 하나님을 믿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앰블런스에 각종 의약품과 물리치료 장비를 싣고 근처 노인 요양원으로 진료봉사를 다녔다. 그런데 형은 뜬금없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라고 하며 학원에 등록시켜 어쩔 수 없이 자격증도 땄다. 정신병원과 장애아시설에서 어르신들의 역겨운 냄새, 꺼려지는 질병을 만지며 돌봐주는 마음은 너무 힘들고 지쳤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생을 마감하는 처절한 노인의 모습을 지켜보며 삶의 허무함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찾아왔다. 하나님은 믿지만 천국과 지옥도 보이지 않고 구원의 확신도 없는 내 신앙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교회를 찾았다.
목사님께서 예수를 믿지 않는 것이 근원적인 죄라고 하시며 ‘부활을 통해 예수님이 하나님이신 것과 모든 성경 말씀을 믿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다시 성경에 집중하는데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던 바울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복음을 증거하다가 순교 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자들이 믿었던 부활과 내가 알고 있는 부활은 근본적으로 달랐고 나는 예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이 비춰졌다. 진짜 복음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라는 생각을 할 때 고린도전서 15장의 ‘성경대로 오셔서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셨다’는 말씀이 실제가 되며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라는 것이 선명해졌다. 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눈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내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가 떨어졌다. 예배가 사모되고 어르신들이 내가 사랑해야 할 영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손을 잡고 복음을 전하는 이 순간이 이 분들에겐 이 땅에서의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전했다. 역겨웠던 냄새와 병들도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지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응급 할아버지가 실려 왔다. 형의 응급 처치로 위기를 넘겼고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복음을 전해 할아버지가 예수님을 영접했다. 다음날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어 마음이 아팠지만 십자가 우편의 강도처럼 그 어르신이 오늘 주님과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나를 왜 병원에 보내셨는지 드디어 알게 되니 형이 너무 고마웠다. 새로운 직장까지 허락해 주시고 나보다 더 뜨거운 아내를 만나 믿음의 가정을 이루어 함께 사명자의 길을 가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임국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