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죽음의 공포에 무너졌던 신앙, 주님 부르면 어디든 영혼 구하리

입력 2019-11-11 00:06

어려서부터 ‘믿음 좋은 아이’ 소리를 들었고 대학 시절에는 산골선교를 다니며 선교사의 꿈을 키웠다. 대학 4학년 여름에 러시아 단기 선교를 갔을 때 졸업 후 러시아에 와서 사역을 도와달라는 선교사의 제의를 받았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회라는 생각에 흔쾌히 대답하고 졸업 후 바로 러시아로 날아갔다. 러시아의 모든 것은 낯설었다.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매일 먹는 돼지비계 음식 등의 어려움도 극복하며 주일학교를 섬겼다. 현지 교사들과 말씀으로 교제하고 교사들과 합력해 아이들에게 인형극 등을 보여주며 열심히 활동했다.

당시 러시아 상황은 매우 불안하고 위험했다. 밤에는 절대 나가지 말라는 얘기를 듣던 어느날 밤 모자를 눌러 쓴 바바리코트를 입은 남자가 벨을 계속 눌렀다. 너무 놀라 교회에 급히 전화를 했고 목사님은 가스총을 들고 왔다. 알고 보니 그는 한국인 선교사 살해 사건 때문에 찾아온 러시아 비밀경찰이었다. 이렇듯 위험과 두려움에 힘들어 할 때 내 신앙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저녁에 귀가하는데 어떤 남자가 쏜 가스총을 얼굴에 맞고 쓰러졌는데 그는 내 쇼핑백을 낚아채 갔다. ‘낯선 곳에서 지켜주는 사람도 없는데 난 무얼 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혼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살려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지만 믿음도 흔들리고, 꿈꾸던 선교의 소망도 무너져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 내 신앙의 실체를 보았다.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들고 깊은 늪에 빠진 나는 선교를 접고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가 다니는 한마음교회에 갔다. 목사님께서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다’는 고린도전서 15장 말씀으로 부활이 아니면 믿음도 결국 신념이라고 하시며 역사적인 사실인 예수님의 부활은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임을 강조하셨다. 이 말씀이 내게 임하며 한갓 지식에 불과했던 내 신앙의 실상을 정확히 알게 됐다. 그리고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도망갔던 제자들이 180도 바뀐 것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을 보았기 때문이었음이 정확히 보였다.

그렇게 부활로 예수님은 하나님이심이 확증되며 하나님의 살아계심도, 천국과 지옥도 그대로 믿어졌다. 그리고 바로 ‘너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 앞에 섰다. 그동안 내가 주인 되어 입술로만 ‘주여, 주여’ 하며 주님의 일을 한다며 열정을 내던 바리새인 같은 모습이 보였다. ‘내가 주인 되어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 그 악랄하고 엄청난 죄를 알게 되니 ‘어찌할꼬!’의 통회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예수님을 진짜 나의 주인으로 맞아들였다.

천하를 얻은 것 같은 기쁨과 평강이 임했다. 그리고 생명보다 귀한 사명에 눈이 뜨이며 영혼을 살리는 일에 인생을 드려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결혼을 하고 장교로 복무 중인 남편을 따라 강원도 인제로 갔다. ‘가서 생명을 걸어야 해!’ 떠날 때 하신 목사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남편과 같이 영혼을 만나게 해달라고 새벽마다 기도했다. 놀랍게도 군인 아파트에서 5명의 영혼들을 만나 작은교회를 세웠고, 그 분들은 지금 모두 충성된 일꾼이 되어 작은교회를 섬기고 있다. 제대를 하고 춘천으로 돌아온 우리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3년간 대학교에서 전도해 4명의 충성된 영혼을 만나 작은 교회를 세워 예배를 드렸다.

지금 나는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다. 남편이 믿지 않아 혼자서 아이 셋을 기르는 자매를 만나 복음을 전했고 자매와 같이 몇 년 간 남편을 위해 기도해 드디어 교회에 나오게 했다. 선교를 하며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후 자유하고 기쁨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해외든 산골이든 위험한 곳이든 주님께서 보내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 영혼을 살리는 일에 모든 삶을 바치리라 다짐한다.

박연주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