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제가 백번 잘못” 사과했지만… 예결위, 결국 파행

입력 2019-11-07 04:04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심각한 표정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앉아 있다. 강 수석의 태도를 문제삼은 야당이 개의에 응하지 않아 이날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6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출석 여부 문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파행했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 수석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간 설전이 꽉 막힌 정국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양새다.

강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참석해야 된다고 알려와서 참석했는데 회의가 열리지 않아 당황스럽다. 국감 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나경원 대표의 발언 속에 불쑥 끼어든 점은 백번 제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 수석은 “국회에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며 국회의 회의 운영을 문제삼았다. 그는 “왜 도대체 국회는 질문하고 답변을 듣지 않느냐”며 “답변을 하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왜 불신부터 하나. (국회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를 (국무위원들이) 다 한다. 국무위원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을 중의 을’이라는 이야기”라고 국회를 비판했다. 이어 “저는 그 이야기를 고함치며 했을 수 있다. 국회는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변화가 없다”고도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나와 강 수석 설전과 관련해 사과하고 강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배 한국당 예결위 간사는 “강 수석은 자신이 시계추같이 (국회에) 왔다갔다고 얘기했던데 우리가 오라고 합의한 것이 아니니 사실과 다르다”며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결위에) 와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도 “당에서 해임 요구를 한 강 수석의 출석은 어렵다”며 “비서실장이 나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해임 요구에 대해 답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야당에서는 비서실장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동안의 관례와 관행에 비춰서도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맞아서 그렇게 하는 게 낫다고 (간사 간에) 이야기가 됐다”며 “운영위에서 (사과를) 다 했는데 하루이틀 지나고 나서 ‘또 해. 다시 해. 더 해’ 이건 아니잖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강 수석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 운영위 당일 여야 합의로 강 수석이 사과문을 냈고 여러 계기에 사과 말씀도 드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강기정 쇼크’로 예정됐던 예결위·여야 3당 실무회동과 검찰 개혁 법안 관련 회동도 연기돼 정기국회는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파행된 예결위 전체회의는 8일 열릴 예정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