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바로 알기’를 주제로 ‘인하대병원과 함께 하는 닥터토크콘서트’가 1일 오전 10시 인천시 중구의 인하대병원 대강당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인하대학교병원 김원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질환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고, 이후 조현·조울증 회복 당사자, 보호자, 그리고 정신장애인단체장 등이 무대에 올라 치료를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과 사회복귀를 위해 마련돼야 할 제반 환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조현병을 꾸준히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음에도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대다수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치료를 중단해 질환이 악화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매스컴을 통해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것처럼 왜곡 되고 있다며 이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호소도 있었다.
이번 행사는 인하대병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와 쿠키건강TV가 공동주관해 마련됐다. 인하대학교병원 송준호 신장내과 교수 겸 대외홍보정책실장은 “행사를 위해 많은 분들이 수고하셨다”며 “좋은 말씀 많이 들으시고 함께 손을 잡고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정신질환 때문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로부터 더욱 소외되고 있다. 대다수 정신질환자 범죄는 치료를 중단하고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에서 저지른다. 하지만 잘못된 사회적 인식으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대다수의 정신질환자도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오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조현병’을 주제로 열린 ‘닥터토크콘서트’에서는 대다수 조현병 당사자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학적 관점에서 조현병에 대해 강의에 나선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조현병은 흔한 질환 중 하나로 영화나 뉴스 등 미디어가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불치의 병이 아니다”라며 “빠른 진단과 조속한 치료, 꾸준한 약물 복용, 여기에 재활까지 한다면 직장생활과 결혼 등 정상적 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스티그마(사회적 낙인)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을 당시 병명 자체가 사회적 낙인을 조장한다는 의견에 따라 뇌 기능 회로의 연결 이상으로 생긴 질환이라는 뜻의 ‘조현병’으로 병명이 바뀌었다. 이 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의 영향에 따라 발병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가 조현병을 앓는다고 자식이 반드시 대를 이어 발병하지는 않는다.
질환 초기에는 환청·환각·과대망상·피해망상·사고장애 등이 발생한다. 이후 병이 진행될수록 의욕 없음·인지기능 저하·공격성 등의 증상을 보인다. 때문에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시 가급적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김 교수는 “첫 발병 후 뇌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지 않도록 이상 현상 발견 시 즉각 정신과에 내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을 방치하면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현재 조현병 치료의 핵심은 약물치료이며, 여기에 심리·사회적 치료가 병행되면 치료 효과가 증진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조현병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약물치료이다.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재발하지 않을 확률이 80~90%에 달하지만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면서 약의 중단을 시도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졸음 등의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조현병의 위험성은 바로 약물 중단으로 인해 재발률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 발생한다. 약물을 더욱 늘려야 하고, 더 오랜 입원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약물을 끊으면 재발률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상은 약을 먹어야 한다”며 “만약 약을 끊자마자 증상이 나타나면 평생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현병약은 다양하지만, 당사자마다 효과 및 부작용의 양상이 다르다. 따라서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게 관건이다. 중독된다거나 치매가 빨리 찾아온다는 속설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조현병 약물은 장기 복용의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다”며 “정신과 약을 먹으면 치매가 빨리 온다는 사실은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꾸준한 항정신병 약물의 복용이 증상 완화 및 완치에 결정적이지만, 당사자들은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조현병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이러한 요인 중 하나다. 때문에 최근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약을 끊어 재발할 때마다 더 많은 약물이 요구되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재발을 막고자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됐다. 1~3개월에 한 번 주사를 통해 재발방지 면에서 경구 약물보다 효과가 우월한 것으로 보고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화학적 기전에 따라 약물이 서서히 배출되기 때문에 약물의 농도가 핏속에서 적정하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환자측도 주사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당사자가 약 먹을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을 되새기지 않아도 되고, 약봉지를 들킬까 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보호자로서도 매번 약 복용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이어 ‘조현병 환자의 사회복귀’를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는 쿠키TV 원미연 아나운서의 사회로 ▲김원형 교수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 ▲장우석 조현·조울증 회복 당사자 겸 회복의 등대 대표 ▲홍수민 보호자 등이 당사자 및 가족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우리사회가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편견이 유독 강하다’ ‘때문에 당사자 및 가족들은 정신과 진료 및 항정신병 약물 복용 사실조차 쉬쉬한다’ ‘조현병은 대부분 사람이 낯설게 느끼지만 유병률은 100명 중 1명(1%)이다. 우리나라 암중 가장 흔한 갑상선암이 0.5%임을 고려하면 매우 흔한 질병이다’ 등에 대해 공감했다.
23년 전 조현병·조울증을 진단받은 장우석 대표는 현재 직장생활과 집필에 환자 연대 활동까지 펴고 있다. 증상이 완전히 멈춘 건 10년 전. 그는 “관리를 잘하면 망상과 환청, 불면증 등 여러 증상이 사라지고 직장 등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수민 보호자는 자녀의 첫 이상 증세를 발견했을 때 “환청을 호소하는 아이를 고치려고 굿까지 하며 초기치료 골든 타임을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순득 회장도 “보호자가 초기치료를 하려 해도 인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가족끼리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는 자녀가 사춘기 증상을 겪는지 조현병인지 헷갈리기 때문에 굿을 안 해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라며 “병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에 가게 된다”고 말했다.
조현병의 완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치료 시작 시점이다. 증상 발생 시부터 치료를 받기까지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치료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 발병 후 5년을 치료를 위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로 말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원형 교수는 “가능한 빨리, 적절한 약물로 치료를 해야만, 환자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 대표 역시 “병을 방치하면 자기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은둔생활 및 이상 행동으로 본인과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정신질환은 가족도 함께 고통을 겪는다. 가족이 짐을 떠안기에는 너무 큰 재앙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빠른 치료로 완치한 사례를 설명했다. “지인의 자녀가 고교생 때 발병했는데, 일찍 치료를 시작해 1년간 약물을 복용하고 완치됐다. 현재는 결혼 후 잘살고 있다. 약을 잘 챙겨 먹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잘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약을 끊고, 재발해 복용량이 늘어나거나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등 만성화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약물을 끊는 이유는 중독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원형 교수는 “중독성이 거의 없고 최근에는 졸림 등의 부작용을 개선한 약들도 많다”며 40~50년 복용해도 된다. 수면제보다도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약 자체에 대한 편견도 꾸준한 복약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홍수민씨는 “자녀와 복약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다. 증상이 생기지 않으니 아이는 안 먹겠다고 하더라. 이후 재발과 입원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현재는 자녀 스스로 약을 챙겨 먹는다. 의사와의 라포 형성이 도움 됐다”고 말했다.
김원형 교수는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조현병 당사자를 만나다 보면 마음이 매우 착하고 여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마음이 착하고 여려 환청에 영향을 받고 주변 시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언론에서 나온 사건들 때문에 실제 환자들의 모습이 왜곡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장우석 대표도 “사회적 약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고, 일부 복지 사각지대에서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이들의 문제를 전체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현병은 흔한 질환이고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홍수민씨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또 다른 차별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녀의 장애인 특수 교육기관 입학 상담에서 ‘정신장애인의 입학 불허’란 통보를 받고 나서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한다. 또 조현병 관련 기사의 댓글 대부분은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을 잘못된 인식으로 비난하는 데 분노한 그는 조현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넣기도 했다.
조순득 회장은 일명 ‘임세원법’과 관련해 사법입원이 조현병 당사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당사자의 병원 문턱을 낮추려면 강제가 아닌, 제대로 된 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병원에서 인권을 박탈당하는 등의 문제가 없다면 당사자는 알아서 치료를 선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