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처방 받았는데 동네약국에는 약이 없다

입력 2019-11-10 18:09

얼마 전 캄보디아로 선교 활동을 다녀온 강영희(56, 가명)씨는 출국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구하려다 실패했다. 지역 보건소에서 처방전을 받고 보건소 주변과 동네 인근 약국을 샅샅이 돌았지만 말라리아 예방약이 있는 약국을 찾지 못한 것이다. 강씨는 “약국 수 군데를 돌아다녀도 말라리아 약은 없더라. 처방전이 있어도 쓸 수 있는 곳이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봉사나 선교를 위해 동남아 등 해외 오지를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하는 의약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3군 감염병으로 분류되는 말라리아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권태감과 발열증상이 수일간 지속되다 오한, 발열, 발한, 두통, 구역,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각한 경우 수일 내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봉사나 선교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해외 오지 지역의 경우 감염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말라리아 예방약을 상시 구비해두는 약국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처방빈도가 낮은데 비해 약값이 한 알에 3000원 정도로 고가인데다, 여행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약제 종류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국립중앙의료원 또는 ‘여행클리닉’을 운영하는 대학병원 인근약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단골 약국에 미리 예방약을 주문해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예방약이 구비되어 있지 않더라도 약국에 준비해달라고 요청하면 도심지역이라면 반나절에서 하루면 구할 수 있다. 약국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보다 단골약국에 가서 주문을 해서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등 감염병 유행지역 여행이 예정돼있다면 미리 예방접종과 예방약을 챙겨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약제 종류에 따라 출국 전 최소 1주일 전 매주 1알씩 또는 이틀 전부터 매일 1알씩 미리 복용해야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예방약은 여행지에서도 계속 복용하며, 여행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4주간 또는 7일간 지속 복용해야 한다. 임채승 고대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도시나 휴양지는 감염 위험이 덜하지만 봉사나 선교지로 자주 가는 외곽지역은 더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확실히 드셔야 한다”며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면 80~90% 이상 말라리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