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강제징용 해법 한·일 양측 모두가 반대

입력 2019-11-07 04:03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 YMCA 등 전국 6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방일 중 제안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찬반 표명은 자제했지만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일 양측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것이다.

문 의장은 6일 도쿄특파원 간담회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양쪽을 100%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중요한 것은 이대로 계속 가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부딪치는 모양새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문 의장이 전날 와세다대 특강에서 발표한 배상안은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 화해치유재단 잔액 60억원을 기금 재원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출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입법으로 마련하자고 했다.

문 의장은 “피해자가 절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추진하겠느냐”면서도 “정부의 원칙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 당사자 중심주의로 가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입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국회에서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국 입법부의 논의에 관해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 기업이 자금을 내는 방안을 수용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만 답했다. 공개적인 반박을 자제한 것인데, 앞서 솔직한 반응도 나왔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기업이 비용을 내는 것이 전제돼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정부나 자민당 내에서도 문 의장 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의장을 규탄했다. 시민모임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장의 목소리가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74년간 고통 속에 싸워 온 피해자들에게 한 번이라도 의견을 물어봤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불법행위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지 돈 몇 푼 받자고 떼쓰는 게 아니다.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과 일본 정부에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에게 그 돈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