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요 감소에… 정유업계 수출, 동남아시아로 눈 돌린다

입력 2019-11-07 04:04
현대오일뱅크가 임차한 베트남 바리아붕따우성의 석유제품 저장설비. 현대오일뱅크 제공

최근 몇 년간 국내산 휘발유, 경유의 대(對)중국 수출량이 감소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동남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중국의 자체 생산 능력이 향상되고, 경제 성장세 둔화로 제품 수요가 정체되자 신(新)시장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 바리아붕따우성에 2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제품 저장 기지를 확보하고 동남아 지역 수출 확대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임차 계약한 바리아붕따우성 터미널은 외국인 사업자가 수입한 물품을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는 베트남 최초의 민간 석유제품 터미널이다. 이곳은 베트남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에 인접해 있으며 대형 유조선 접안이 자유로워 석유제품 수출 기지의 최적지다.

현대오일뱅크는 베트남 물류기지를 통해 수출 다변화, 동남아에서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꾀하고 있다. 베트남은 산유국인데도 원유 정제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전체 수요의 30%를 수입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특성상 석유제품 시장도 연 평균 5%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리적 이점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새 물류기지를 인접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시장까지 공략하기 위한 ‘동남아 수출 허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이들 국가는 정제시설이 부족한 데다 대형 항만시설이 없어 베트남을 통해 석유제품을 수입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300만 배럴 수준인 수출 물량을 내년에는 배 이상 늘릴 예정”이라며 “2021년부터는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으로 수출 제품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몇 년간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눈길을 돌려 수출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24%였는데 올 상반기는 19%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량이 점점 줄고, 국내 수요도 포화인 상태에서 남은 곳은 동남아 시장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유사들은 아직 동남아에 직접 물류기지를 만들기보다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은 미주, 유럽, 싱가포르 등 3개 해외 법인과 두바이에 진출해 수출을 위한 계약, 운송, 대금결제 등을 맡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싱가포르 트레이딩 지사와 인도 뭄바이 현지 법인인 ‘GS칼텍스 인디아’,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사무소 등에서 석유제품 거래 계약 체결, 현지 영업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트레이딩 계약은 대부분 서류상으로 되기 때문에 물류기지가 필요하지는 않다. 대신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기 쉽고, 트레이딩 과정에서 수수료 등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현지 물류기지를 두고 소비자와 직거래할 경우 가격과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트레이딩사를 통한 간접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베트남 국영 및 민간 유통회사, 직매처 등과 적극적인 직거래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