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뛴게 보약?… KBO 출신 외인들, 조국 위해 펄펄

입력 2019-11-06 20:09
펠릭스 듀브론트(베네수엘라).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프리미어12 조별리그가 본격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프로야구(KBO)와 연을 맺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각자 조국을 위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좌완 펠릭스 듀브론트(베네수엘라)는 5일 대만 타오위안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승후보 일본과의 B조 첫 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듀브론트는 지난해 롯데에서 6승 9패 4.92의 평균자책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시즌 막판 퇴출됐다. 하지만 이날 듀브론트는 4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을 내줬을뿐 매 이닝 일본의 정예 멤버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다만 팀은 패배의 쓴맛을 봤다. 듀브론트에게 꽁꽁 묶였던 일본 타선은 듀브론트가 내려간 5회말부터 두 점을 따내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일본은 이후 8회 6득점으로 ‘빅이닝’을 만들어내면서 8대 4로 승리했다. 듀브론트가 없을 때 일본이 베네수엘라 투수진을 두들김에 따라 그의 투구는 더욱 돋보이게 됐다.

카를로스 페게로(도미니카). 뉴시스

올 시즌 LG 트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국내 무대에 뛰어든 뒤 180㎞대의 가공할 타구 속도를 자랑한 카를로스 페게로(도미니카공화국)도 당당히 4번타자로 뛰며 조국을 위해 배트를 휘둘렀다. 페게로는 지난 4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대회 A조 경기에서 6회초 쐐기 솔로홈런을 기록하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페게로의 활약에 힘입어 팀도 14대 4 7회 콜드게임 승리를 이끌었다. 다만 5일 열린 미국과의 A조 3차전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결국 도미니카공화국은 1승 2패로 11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로저 버나디나(네덜란드). 뉴시스

같은 A조에 속해 페게로에게 난타를 당한 네덜란드에도 익숙한 얼굴이 있다. 지난해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두 시즌을 뛰며 호타준족을 뽐낸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는 이날 네덜란드의 선발 리드오프로 출장해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치며 선취점을 따냈다. 다만 네덜란드는 A조 3경기를 전패하며 더 이상 버나디나의 모습을 프리미어12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와 롯데에서 뛴 브록 다익손도 캐나다 대표로 선발돼 8일 호주전에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브록 다익손(캐나다). 뉴시스

한편 6일 한국 대표팀이 속한 C조 첫 경기에서는 캐나다가 쿠바에게 3대 0 완봉승을 거두고 첫 승을 신고했다. 우리 대표팀이 일찌감치 복병으로 꼽은 캐나다는 예상대로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캐나다 선발 필립 오몽은 8이닝 동안 쿠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는 기염을 토했다. 9회말에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마무리로 뛴 스캇 매티슨이 마운드에 올라 아웃 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를 끝냈다. 타선에서는 빅리그 올스타 출신의 마이클 선더스가 4회초 결승 적시타를 날렸고 에릭 우드는 3타수 2안타 2득점의 돋보이는 타격을 선보였다.

쿠바가 자랑한 일본리그 선수들은 무기력했다. 올 시즌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중심타자들인 유리스벨 그라시알, 알프레도 데스파이네는 나란히 무안타에 그쳤다. 한편 대만도 푸에르토리코에게 6대 1로 이기며 B조에서 일본과 함께 1승을 먼저 챙겼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